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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보스턴 소아병원과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연구팀이 '자궁 안 태아'에게 뇌혈관 외과수술을 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뇌졸중(Strok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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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자궁 내 태아에게 심장 수술을 한 사례 등은 보고된 바 있지만, 뇌 외과 수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사는 케냐타 콜먼(Kenyatta Coleman)은 남편 데릭(Derek)과의 사이에서 네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이미 출산 경험이 있고 사전 유전자 검사에서도 '저위험' 결과가 나왔지만, 2023년 2월 임신 30주차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추가 검사 결과, 아기의 뇌에는 '갈렌정맥기형(Vein of Galen malformation·VOGM)'이라는 선천성 혈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갈렌정맥기형은 뇌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보내는 정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동맥과 정맥이 엉킨 상태로 연결되어 있어, 울혈성 심부전·폐고혈압·뇌조직 손상·수두증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갈렌정맥기형은 가장 흔한 선천성 뇌혈관 기형으로 6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치료법으로 출생 후 카테터 치료를 하고 문제 혈관에 작은 금속 코일을 삽입해 동맥과 정맥의 연결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심부전 상태가 지속질 수 있고 출생 시점에 심한 뇌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보스턴 소아병원 의사이자 갈렌정맥기형 치료 전문가인 대런 오르바흐(Darren Orbach)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증상을 가진 아기의 50~60%는 빠르게 중증화되며 사망률은 약 40%에 달한다. 살아남더라도 절반은 심각한 신경학적·인지적 문제를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자궁 안 태아에게 갈렌정맥기형 수술을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임상시험 참가를 결정한 케냐타는 초음파 검사 1개월 후인 3월 15일 수술을 받았다.

이번 수술은 과거 자궁 내 태아에게 실시한 심장 수술 기술을 도입했다. 의사들은 태아가 최적의 위치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움직이지 않도록 태아에게 소량의 약·진통제를 주입했다. 그리고 산모의 복부를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혈압을 낮추기 위해 작은 금속 코일을 혈관에 배치했다.

수술 후 진행한 검사 결과, 심장 기능이 바로 개선되고 중요 부위 혈압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산모의 자궁에서 양수가 조금씩 새는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출산을 결정, 수술 이틀 뒤인 3월 17일 임신 34주 만에 산모는 딸 덴버 콜먼을 낳았다. 

콜먼 부부와 건강하게 태어난 딸 덴버의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이 데릭과 케냐타 부부이고 의사가 안고 있는 아기가 자궁 내에서 뇌혈관 수술을 받고 태어난 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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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조산이기는 했지만 덴버의 상태는 안정적이었다. 신생아 치료실에서 몇 주간 경과를 관찰한 뒤 덴버는 부부와 함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소속 루이스 윌킨스 호그(Louise Wilkins-Haug) 박사는 "출생 후 상태가 양호해 코일을 배치하거나 약제로 심장 기능을 돕는 일반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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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는 출생 후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매우 건강하며, 심부전약을 복용하지 않고 신경학적 검사에도 이상이 없다. 

호그 박사는 "갈렌정맥기형을 가진 아기가 출생 후 보이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감동했다. 6주가 지난 시점에 집에서 약물 복용 없이 정상적으로 식사하고 체중이 늘고 있는 것을 보고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뇌에 악영향의 징후는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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