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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DNA를 설계도에 따라 분열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낸다.
 
세포의 수명은 보통 수주~수개월이며 긴 것은 수년에 달한다. 수명을 다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기능도 정지한다. 하지만 여성 난자의 근원인 난모세포는 수십 년 동안 난소 속에 보존돼 정기적으로 난자를 만들어 낸다. 

왜 난모세포가 수십 년 동안 장수하는지에 대해 스페인의 유전자 조절 센터(Centre for Genomic Regulation(CRG)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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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모세포는 태아 단계에서 600만~700만 개 정도 만들어지며 출생 시까지 100만~200만 개 정도로 감소한다. 그리고 사춘기를 맞이할 무렵에는 30만 개 정도까지 줄어든 후 새롭게 생성되지 않는다. 

체내에 있는 난모세포의 일부는 두 번의 분열을 거쳐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난자로 성숙해 월 1회 월경주기에 배출된다. 따라서 30만 개에 달하는 난모세포 중 난자로 자라는 것은 불과 수백 개 정도다.

이처럼 난모세포는 출생 후 새로 만들어질 수 없어, 여성의 난소에서 귀중한 난모세포를 추출해야 하는 연구는 진척이 쉽지 않다. 

이에 CRG 연구팀은 난소 적출 수술을 받은 19세~34세 여성의 난소와 쥐와 개구리 난소를 사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난모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동물 세포와는 다른 대사 경로를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토콘드리아는 효소를 사용해 당에서 에너지를 꺼내는 대사를 실시하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대사의 마지막에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port chain) 반응체계를 작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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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첫 단계를 담당하는 '복합체 I'로 불리는 단백질과 효소 세트가 난모세포에서는 거의 비활성화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복합체 I의 부산물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생성되는데 이 활성산소가 세포에 손상을 주게 된다. 연구팀은 난모세포에서 복합체 I 대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난모세포가 손상 없이 수십 년이나 살아남는 이유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난모세포 외에 복합체 I가 비활성화 혹은 존재하지 않아 장수하는 세포는 기생식물인 겨우살이 세포뿐이다.

CRG 연구원이자 논문 저자인 엘반 뵈케(Elvan Böke)박사는 "미토콘드리아 복합체 I 억제제는 지금까지 암 치료 목적으로 제안되어 왔다. 이 억제제가 미래 연구에 유망하다면 난모세포를 보존하면서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불임의 4명 중 1명은 원인불명이며 우리는 아직 여성 생식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이 되면 난모세포의 전략이 왜 실패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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