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사회적 관계가 약화되면서 만성적인 외로움(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외로운 감정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10년 연구에서는 외로움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불균형한 식생활·비만·알코올 소비·운동 부족 등의 요인보다 높고, 중도 흡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외로움이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온라인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퀸즐랜드 대학과 호주국립대학 연구팀은 "외로움은 암 수준으로 위험한 ‘사회적 암(social cancer)’이며 우리는 이 문제에 함께 대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람들은 육체적인 건강 행동에 대해서는 거의 정확한 위험 예측을 하고 있는 반면, 외로움 등 사회적 요인에 대한 위험을 낮게 추정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연금플랜 등 금전적인 문제를 걱정하기 쉽지만, 연구팀은 "은퇴한 사람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예측하는 인자로서 사회적 관계는 재정 상황보다 무려 4배나 강하게 연결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호주 공영 방송국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는 올해 7월 '오스트레일리아 톡(Australia Talk)'이라는 5만 4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프로젝트를 통해, 약 500여개의 일상생활에 관한 질문을 실시했다.
이 조사의 중점 질문 가운데 하나는 "당신은 외롭습니까?"였다. 응답자는 ▲전혀 ▲거의 ▲때때로 ▲자주 ▲항상 등의 선택지 가운데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을 선택했다. 연구팀은 "오늘날 호주 사회에 얼마나 외로움이 만연해 있는가를 수치로 확인했다"며 "'전혀' 혹은 '거의'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4%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4가지 사회적 그룹'을 특정해 설명했다.
◆ 젊은이들
18세~24세의 사람들 가운데 '전혀' 혹은 '거의'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2% 정도이며, 3명 가운데 1명이 '자주' 혹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고령자는 '전혀' 혹은 '거의'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71%에 달해, 예상외로 젊은이보다 노인이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시거주자
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비교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5% 적고, '때때로' '자주'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8%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외로움이 상대적이고 심리적이라는 현실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 극우 정당 지지자
흥미롭게도 호주 극우정당인 '원 네이션'(One Nation) 지지자들은 다른 정당 지지자와 비교해 높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 네이션 지지자 가운데 '항상' 고독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9%에 달한 반면, 다른 정당 지지자는 이 비율이 2%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세상과 분리되어있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과격한 정치성향으로 이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저소득자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는 결과도 왔다. 일주일 수입이 600호주달러(한화 약48만원) 이하인 사람은 21%가 '자주'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반면 일주일에 3000호주달러(한화 244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자주'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10%에 불과했다. 이는 빈곤과 외로움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며, 빈곤으로 인한 악영향이 심리적 부분까지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오스트레일리아 톡' 연구를 통해 '외로움'이 소수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기후변화·경제·교육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고독을 암만큼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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