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공기청정기를 도입한 학교 학생들은 성적이 향상됐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working paper)가 올해 1월 발표됐다.

ⓒ 마이클 길렌 뉴욕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논문 (Air Filters, Pollution and Student Achievement)
ⓒ 마이클 길렌 뉴욕대 교수의 연구 내용 (Air Filters, Pollution and Student Achievement)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의 샌 페르난도 밸리(San Fernando Valley) 지역에 위치한 천연가스 저장 시설에서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사고 현장에서 8km 이내의 모든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됐다.

뉴욕대 경제학부 마이클 길렌(Michael Gilrane) 교수는 공기 청정기를 설치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성적추이를 조사한 연구 내용을 1월에 발표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가 보도하며 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길렌 교수는 논문에서 회귀단절모형(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RDD)을 통해 공기청정기를 도입한 학교의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적이 크게 향상됐으며, 수학과 영어 성적이 올랐다"며 "공기청정기 설치는 학생의 성적을 올리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와 관련해 컬럼비아 대학 통계학자인 앤드루 겔만(Andrew Gelman)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앤드루 겔만 컬럼비아대 교수의 블로그
ⓒ 앤드루 겔만 컬럼비아대 교수의 블로그

해당 논문에 대해 겔만 교수는 블로그에서 "논문을 확인했지만 신뢰할 수 없다. 본 연구는 에어필터가 성적을 향상시켰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아래는 수학(위)과 영어(아래)의 성적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세로축은 성적 표준 편차의 변화이고, 가로축은 가스 누출이 발생한 시설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

겔만 교수는 "그래프에서 직선과 곡선을 배제하고 시험점수와 학교 간의 차이를 확인한 결과, 그리 놀라운 내용은 없다"며 샘플수가 적어 해당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충분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회귀단절모형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점에 대해서도 "다루는 문제의 맥락상, 전혀 의미가 없다"라고 일축하며 "중요한 것은 공기청정기 설치로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결론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분석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겔만 교수는 해당 논문을 다룬 복스의 기사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연구다. 적어도 기사화를 하려면, 실제로 어떤 연구 성과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명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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