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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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 중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Sultan Ahmed Al Jaber)가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부에 '화석연료 사업을 위한 로비'를 한 사실이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 

기후회의를 주재한 알 자베르 의장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CEO이자 UAE의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다. 이에 COP28 의장 취임한 이후 그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CEO에서 사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알 자베르는 COP28 의장으로 참석한 지난달 21일에도 화상 회의 도중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과학적 근거나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비영리조직(NPO) 조사 언론인 기후보도센터(CCR)는 최근 알 자베르가 COP28 의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각국 정부 고위 관계자·왕족·비즈니스 리더들과 다수의 회담을 진행하며 자국 석유와 가스 수출량을 늘리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CCR은 2023년 7월부터 10월까지 알 자베르가 개최한 회담을 위해 COP28 팀이 작성한 150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CR은 BBC와 협력해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한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또 내부 고발자와는 다른 소식통도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의 사업상 이익이 다른 나라와의 회담 중 화제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기후보도센터(CC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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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국가가 알 자베르 의장과 화석연료 수출 관련 대화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몇몇 국가는 COP28 관련 회담에 앞서 준비된 회의 중 알바베르 의장과 상업적 이익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CCR은 전했다. 

영국 셰필드대 마이클 제이콥스 교수는 알 자베르의 행동을 "숨막힐 정도로 위선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현재 UAE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유엔 프로세스의 관리자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목표를 추구하고자 하는 회의에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릴 수 있는 부수적인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CCR의 취재에 COP28 측은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양자 회담을 기회로 이용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COP28 대변인은 "알 자베르는 COP28의 의장 역할과 함께 많은 직책을 겸하고 있다. 이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사적 모임의 내용은 비공개로, 이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CCR이 입수한 메일과 내부 자료를 통해 COP28 스탭 여럿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직원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2014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COP20에서 의장을 맡은 마누엘 풀가-비달(Manuel Pulgar-Vidal) 전 페루 환경부 장관은 "COP 의장으로서 국익이나 상업적 이익을 대표해서는 안 된다. 세계를 리드하는 것이 당신의 일일 것이다"라고 알 자베르를 비판했다. 

CCR은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한 자료 중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s3.documentcloud.org/documents/24175555/cop28-country-briefings.pdf

한편, COP28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대표적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총회 의장국으로 선정된 시점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란 우려 속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핵심 의제는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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