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리스-렉스 탐사선에서 회수한 소행성 베누 샘플 공개

소행성 베누로부터 채취한 자갈 등 샘플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소행성 베누로부터 채취한 자갈 등 샘플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채취한 지표 샘플을 공개했다. 

조사 결과, 소행성 베누 샘플에는 탄소와 물 분자를 포함한 유기물 등이 확인됐다. 지구 기원과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6년 9월에 발사된 오시리스-렉스는 2018년 12월 3일 폭 500m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소행성 베누에 도착했다. 과학자들은 지각변동과 기상현상 등으로 크게 변한 지구와는 달리 타임캡슐처럼 45억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 물질이 베누에 그대로 보존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시리스-렉스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베누를 탐사했으며, 2020년 10월 20일 지표 샘플 채취를 진행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10일 지구를 향해 귀환을 시작했다.

베누 지표 샘플을 담은 캡슐은 2023년 9월 24일 오전 10시 52분 유타주 시험훈련장에 도착했고, NASA가 직접 회수했다. 

NASA는 이번 초기 조사 결과를 10월 11일(현지시간)에 공표했다. 

◆ 지난달 회수한 베누 샘플 250g서 물·탄소 발견

회수된 캡슐은 우주 시료 분석 전용 클린룸이 설치된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우주센터(JSC)로 옮겨진 뒤 캡슐 개봉과 분석이 이뤄졌다. 이번 미션에서 회수된 샘플 양은 약 250g으로 지금까지의 소행성 샘플 회수로는 역대 최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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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은 NASA와 미국 애리조나 대학 등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1차 조사지만 구체적으로 ▲전자현미경 관측 ▲적외선 측정 ▲X선 회절 ▲화학 원소 분석 등을 이용한 심층 분석이 이뤄졌다. 

샘플에 포함된 점토 광물에는 지구상 생명에 필수적인 탄소와 상당한 양의 물 분자 외에 황화철과 산화철 같은 화합물도 확인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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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넬슨 나사 국장은 "1차 분석 결과, 점토 광물 속에 물이 상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 물과 유기 분자 속에 탄소도 포함되어 있다"며 "탄소와 물 분자는 우리가 찾고자 했던 그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우주 과학자들은 지구에 바다·강·호수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약 45~40억 년 전에 물을 머금은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단백질·효소·DNA 등 생명 탄생에 필요한 탄소 역시 소행성을 통해 운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누 샘플은 그간 확보한 소행성 샘플 가운데 탄소량이 가장 많다.

◆ 소행성 탐사 '지구 생명체 기원’의 열쇠될까? 

소행성은 태양계의 초기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NASA는 샘플에서 발견된 물과 탄소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소행성 탐사를 통한 이러한 발견이 향후 지구 생명의 기원과 태양계 및 행성 탄생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ASA 측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최초의 발견은 소행성 샘플 분석의 긍정적 징조"라고 강조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또 이번에 공개한 분석 내용은 캡슐 속 토양 샘플이 아닌, 캡슐 외부에 묻은 자갈과 먼지 입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NASA는 존슨우주센터 내 전용 청정실에서 약 2년에 걸쳐 베누 샘플에 대한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전체 샘플 중 75%는 미래 과학자를 위해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서는 채취한 샘플에는 생명체 리보핵산(RNA) 구성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이 발견된 바 있다.

베누 샘플 분석은 '지구 방위'라는 또 하나의 목적도 있다. 베누는 2182년경 지구에 가장 근접해 약 2700분의 1 확률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베누를 구성하는 물질의 재질과 밀도 파악 등이 이루어지는 이번 연구가 궤도 변경 등 지구와의 충돌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편,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오시리스-렉스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누' 샘플 캡슐만 지구에 투하한 뒤 오시리스-렉스는 차기 임무인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활동에 바로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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