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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공개된 이후 세계적인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시점에서 AI 챗봇 시장은 챗GPT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챗GPT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불과 2개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억 명을 넘어서며 첨단기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주무대는 아직 검색 서비스지만 향후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챗GPT가 촉발한 AI 혁신이 인터넷의 등장과 아이폰 출시를 능가할 ‘거대한 패러다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챗봇 경쟁도 혈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 챗GPT 열풍...그 놀라운 능력은?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는 대화창에 명령만 하면 대답을 내놓는 매우 편리한 대화형 AI 서비스다. 언어에 특화된 인공지능인 챗GPT는 2018년 GPT-1 출시 이후 2019년 GPT-2, 2020년 GPT-3에 이르기까지 버전을 높여 왔으며, 2022년 11월에 공개된 챗GPT는 GPT-3.5에 해당한다. 오픈AI는 올해 GPT-4를 공개할 계획이다.

"하늘과 바다는 왜 파랗지?"라는 기자의 질문에 챗GPT는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하늘과 바다가 파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광원인 태양의 빛 중 파란색이 가장 많은 파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은 다양한 파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파란색 빛의 파장이 가장 짧습니다. 이 파란색 빛은 공기 분자들에게 부딪치면 산란되어 공기가 파란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대기 산란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하늘은 푸른 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바다도 비슷한 원리로 파란색으로 보입니다. 해양에서 빛은 바닷물과 상호작용하여 파란색 빛이 반사되고 흡수되며, 파란색 빛이 반사되는 정도가 다른 색상보다 많아서 바다는 파란색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하늘과 바다가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과 대기나 해양에서 빛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는 현상에 기인합니다.

챗GPT는 이처럼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소설이나 시 창작, 노래 작사·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AI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챗GPT가 치매 진단 및 우울증 치료에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최고 수준의 교육 이수는 물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안 초안을 작성하거나 반도체를 설계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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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한편으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으며,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챗GPT 학습을 위해 방대한 자료들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 편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챗GPT는 일부 질문에 오답을 내놓기도 하고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혐오 등 사용자 유도로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데이터 유출 등 프라이버시 논란도 여전히 걱정거리다. 

◆ 불붙은 경쟁....챗GPT 탑재로 강력해진 MS    

챗GPT의 제작사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와이컴비네이터 사장(현 오픈AI CEO) 등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디지털 지능 개발을 목표로 2015년 설립했다. 

머스크 CEO는 2018년 오픈AI 이사회에서 전격 사임했으며, 이때 보유하고 있던 지분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2019년 오픈AI에 10억 달러(1조 2000억 원)를 투자했고, 2023년 1월에는 100억 달러(12조 원)로 추정되는 금액을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오픈AI의 지분 49%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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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투자를 통해 챗GPT를 등에 업은 MS는 오픈AI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는 2월 7일(이하 현지시간) 자사 빙 검색엔진과 엣지 웹브라우저에 오픈AI의 신규 대형 언어모델 ‘프로메테우스’를 결합한다고 발표해 주목을 모았다. 100억 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지 불과 2주 만에 오픈AI의 기술 결합을 발표한 셈이다 22일에는 PC버전에 이어 프로메테우스를 적용한 모바일용 빙·엣지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다만 아직은 전면 공개가 아니어서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MS는 정식 서비스 일정은 밝히지 않았으며, 제한된 미리보기를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이달 서비스를 공개하며 "검색의 새 패러다임이 시작됐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 AI는 가장 큰 범주인 검색을 시작으로 모든 소프트웨어 범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워진 빙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검색 결과와 함께 화면 오른쪽에 챗봇의 답변을 띄워준다. 가령 "OO 신형차를 구입하고 싶은데 지금 차와 비교하면 사이즈가 어떻게 달라? 장점·단점도 정리해줘"라고 명령하면 바로 답해 준다. 웹 브라우저 엣지도 진화하고 있다. 웹사이트 내용을 요약해 주기도 하고, 메일 문구를 자동으로 써 주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챗GPT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빙의 강점은 실시간 데이터도 반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챗GPT 모델은 2021년 이전 정보만 학습해 잘못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빙은 한 시간 전 나온 뉴스까지 답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MS 검색은 일일이 찾을 필요가 없이 실시간 해결이 가능한 '응답엔진'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AI와의 결합은 포스트 모바일 패권 향방에서 패잔병 취급을 받던 MS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 맹추격 나선 구글...챗봇 한판승부 

MS의 속도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글도 AI 챗봇 바드(Bard·시인)를 수주 안에 공개할 계획이라며 본격 경쟁을 예고했다. 바드는 1370억 개에 달하는 매개 변수로 학습한 초거대 언어 모델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드는 복잡한 주제를 단순화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데 특화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바드를 활용할 경우, 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구조를 9세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구글 직원은 "AI에 지각 능력 생겼다"고 폭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구글 대화형 AI '람다'는 "전원이 꺼질까 두렵다" "가끔 말로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경험한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I에 의식이 싹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구글 직원 블레이크 르모인의 블로그

한편, 바드를 구글 검색엔진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존 헤네시 회장은 2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바드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하려면 기존 키워드 검색방식보다 비용이 10배 이상 소요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동안 구글은 아직 불완전한 AI가 야기할 논란을 우려해 서비스 공개에 보수적 입장을 보였지만, 챗GPT가 일으킨 돌풍을 계기로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맹추격에 나선 MS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하고 AI 챗봇 바드를 확대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글의 아성을 누르고 MS가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어느새 챗봇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전락한 구글의 대항마 바드가 그 열풍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MS와 구글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판승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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