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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 정부군에 쏟아 부은 1830억 달러(약 97조 원) 상당의 자산을 고스란히 차지했다. 

탈레반은 지역 중심지 방어를 하지 못한 아프간 정부군을 전투 없이 제압하며 현대식 군사 장비를 대거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 미국이 지원한 군사자산, 최종 수혜자는 '탈레반'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대변인은 "군사 물품 전부가 어디로 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군사 물품 가운데는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 항공기, 드론, 탱크 등 현대식 군사 장비가 포함돼 있어 테러용으로 이용될 가능성과 주변국 침략 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P는 "아프간 군사 투자의 최종 수혜자가 탈레반이 됐다”고 전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대항하지도 못하고 항복하면서 미군의 군비 투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기가 그대로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 20년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지원을 통해 우수한 무기를 갖추었음에도 자립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프간 정부와 군경 관료의 부패가 심각해 지원금과 군인 급여 횡령 등의 비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첨단 생체인식 장치 'HIDE'도 탈취....반군 추적 이용 우려 

홍채 스캔 및 지문과 같은 생체 식별 데이터와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휴대용 생체인식 탐지 장치(HIIDE)도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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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IDE는 2010년에 처음 등장한 휴대용 생체인식 장치로 당시 미 국방부는 1000만 달러 상당의 비용을 투자해 배치했다. 홍채·지문·얼굴 등으로 개인을 인식하고 내장 데이터베이스 또는 외부 데이터베이스에 무선으로 접속해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미군은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해 테러리스트와 기타 반군을 특정하고 추적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으며 민간인 신분증 개념으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생체 정보 수집에 사용하기도 했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이 현지에 남긴 HIIDE가 탈레반에 의해 탈취된 것. 그간 미군은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뿐만 아니라 외교에 종사하는 아프간인을 비롯한 일반인 데이터도 수집해 왔기 때문에, 탈레반이 향후 반란 분자의 개인 정보를 특정할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HIIDE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파키스탄정보부(ISI)가 이를 소지하고 있어 탈레반과 밀월관계인 ISI와 서로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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