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송이 결정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카불공항에서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공군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 정부 활동을 지원하거나 한국 업무에 관여한 현지인 조력자들을 귀국시키는 이송 작전 '미라클(작전명)'을 통해 378명이 우리 군수송기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외교부는 이날 "친구를 잊지 않고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도의적 책무를 이행했다"며 "아프간 인사 국내 이송 우리 군 수송기가 26일 오후 4시24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 한국정부, 아프간 조력자 100% 구출 성공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들은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입국했으며, 오전 4시 24분경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 탑승해 경유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해 약 11시간의 비행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입국한 아프간인 대부분은 수년간 아프간 현지 우리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에서 근무한 직원과 가족이 포함돼 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이들은 우리 대사관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정부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23일 오전 인접국 파키스탄에 KC-330을 비롯한 공군 수송기 3대를 급파했다. 

당초 한국 입국 의사를 밝힌 아프간 현지인은 모두 427명이었지만, 군 수송기 탑승을 위해 공항에 집결하는 과정에서 36명이 영국 등 제3국행 혹은 아프간 잔류 쪽으로 마음을 바꿔 최종적으로 총 76가구 391명이 한국 입국을 위한 여행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 중 1차 인원인 378명이 오늘 입국한 것으로 10세 이하 어린이 180여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직업별로는 의료·IT·통역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전문 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일본 TBS

나머지 13명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른 수송기 편으로 이르면 27일 오전 입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국방부는 '미라클' 수송 작전 성공은 "동맹국 미국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영국·캐나다 등 우방의 카불공항 경계 지원, 파키스탄 정부의 한국군 특수임무단 등을 위한 공항 사용 협조, 신속한 영공 통과 승인에 협조해 준 인도·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의 적극적인 협조도 작전 성공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도착 직후, 아프간인들은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공항 밖 임시생활시설에 대기하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인재개발원에 입소하는 아프간인들은 이곳에서 6~8주가량 머물며 국내 장기 체류 등에 필요한 교육과 관련 행정절차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 이들에게 단기비자(C-3)를 발급한 상태로 추후 체류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군용기를 배치했다"고 전했다. 

일본 TBS 뉴스는 이번 소식을 전하며 "한국은 2001년 미국이 테러 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 2014년까지 의료 부대 및 수송 부대 등을 파견해 왔으며, 한국 정부가 지원한 재건 활동에도 많은 현지 직원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 日, 텔레반 저지에 첫날 구출 실패

일본 역시 25일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는 자국민과 현지인 탈출을 돕고자 자위대 수송기를 급파했다. 목표는 최대 약 500명의 자국민과 현지인을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대피시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송 인원 가운데 일본인은 일부이며 대부분 일본 대사관 등에서 근무한 아프간인 직원과 그 가족이라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5일 기자 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는 일본인이나 대사관 직원의 "안전한 출국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일본은 23일 오후 카불에 C-2 수송기 1대를 보내고 24일에는 C-130 수송기 2대를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했다. 그러나 작전 첫날인 25일 단 한 명도 대피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공항에 도착한 일본 자위대 C2 수송기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일본 ANN

아프간 구출 작전의 성패는 조력자들이 탈레반의 검문을 뚫고 카불공항까지 오는 방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과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 회사들을 이용해 조력자들을 버스 6대에 나눠 태우고 카불공항에 진입했다. 

반면 일본은 카불공항에 일본인과 현지 조력자들이 단 한 명도 도착하지 못했다. 탈레반이 현지인들의 공항 이동을 막으면서 카불공항에 오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NHK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가 대피작업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대피 희망자들에게 공항까지 자력 이동을 요구했으나 현지 혼란으로 많은 사람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26일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일본인 대피를 바라지 않으며, 자위대 철수를 원한다"며 자위대 수송기의 조기 철수를 요구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31일까지 대피작전을 마무리 해야하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는 작전을 다시 수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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