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타대 자연사박물관 연구팀, 멸종 악어 이빨 화석 분석
식생활 복원 결과 고대에 최소 3차례 초식 악어 등장 추정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악어는 물속에 서식하는 최상위 포식자이자 사나운 육식성 파충류다. 하지만 공룡시대엔 풀을 뜯어 먹는 초식 악어도 존재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대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멸종한 고대 악어의 이빨 화석을 분석한 결과 고대에는 초식 악어가 많이 서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악어는 공룡이 나타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에 등장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중생대 말의 대량 멸종과 백악기말 대량 멸종(K-Pg경계)에서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트라이아스기와 비교할 때 개체 크기에는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인 형태는 거의 변하지 않아 이른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날의 악어는 대부분 비슷한 체형을 가진 육식동물로 먹이를 뜯고 씹기 좋은 비교적 단순한 원뿔형 이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타 대학 박사 과정의 키건 멜스트롬(Keegan Melstom)은 앞선 연구를 통해 고대 악어는 구강 부위에 따라 치아 모양이 다른 이형치(heterodonty)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보다 다양한 식습관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멜스트롬은 "육식 동물은 단순한 형태의 치아를, 초식 동물은 복잡한 모양의 치아를 가지고 있다. 또 잡식성 동물은 그 중간 형태를 보인다"며 "우리는 이를 멸종한 고대 파충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고대 악어가 무엇을 먹었는지 밝히기 위해 원래 포유류용으로 개발된 기존 방법을 응용해 악어 치아의 복잡성을 현대의 동물과 비교했다. 16종의 멸종한 악어로부터 얻은 총 146개의 치아를 이용해 비교 검증을 실시했다.
치아 상태의 정량적 평가와 형태학적 특징을 조합해 식생활을 복원한 결과, 고대 악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복잡한 형태의 치아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식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멜스트롬은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고대에 멸종한 악어들이 예상보다 자주 풀을 뜯어 먹었다는 것"이라며 "멸종한 악어의 절반 정도가 많든 적든 초식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초식악어는 트라이아스 말기 멸종 직후 출현해 6600만 년 전 대량 멸종 때까지 적도 3차례 이상 최대 6차례 정도 진화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났다. 또 고대 악어의 일부는 현재와 같이 육식성이었으며, 일부는 잡식성, 나머지 일부는 초식만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초식 악어는 일부 지역이 아닌 전세계에 널리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멜스트롬은 백악기 말 대량 멸종 후 이 같은 고대 악어의 다양성이 사라진 원인에 대해 추가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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