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천 년 전부터 ‘석기시대’에 진입한 원숭이가 있다?
약 3천 년 전부터 ‘석기시대’에 진입한 원숭이가 있다?
  • 김정은 기자
  • 승인 2019.06.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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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com)
(출처: flickr.com)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대표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돌을 깨뜨려 만든 도구인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25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대거 발견된 당시 석기를 ‘올도완(Oldowan) 석기’라고 부른다. 

◆ 돌로 도구를 만드는 ‘카푸친원숭이’

인간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최근 다양하게 포착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침팬지, 원숭이, 수달 등의 동물 외에도 조류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돌을 사용해 딱딱한 타조알을 깨뜨리는 이집트 대머리독수리와 나무 속 벌레를 먹기 위해 나뭇가지를 사용하는 하와이 까마귀 등이 대표적이다.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드는’ 동물도 확인됐다. 지난 2016년 10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브라질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에 사는 ‘카푸친원숭이(Sapajus libidinosus,꼬리감는원숭이)’가 돌로 도구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내용을 증명한 연구논문이 게재돼 큰 화제를 모았다.   

연구팀은 당시 카푸친원숭이가 자연 상태에서 석기를 만드는 장면을 최초로 포착했다. 침팬지와 원숭이 등이 견과류 등을 깰 때 돌을 쓰는 경우는 있었지만 돌로 도구를 만드는 행동 관찰은 최초였다.

카푸친원숭이는 규암처럼 단단한 돌을 골라 다른 돌로 내리치는 과정을 반복해 한쪽 면이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었다. 그 형태는 인류의 ‘올도완 석기’와 유사하다.  

카푸친원숭이가 석기를 만드는 모습
카푸친원숭이가 석기를 만드는 모습

도구 제작에는 물론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 카푸친원숭이는 도구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지해 도구 제작 과정을 자손에게 전수했다. 돌을 깨는 작업에는 많은 노력이 들고 일정한 숙련도가 필요하다. 그동안 사람만이 석기를 제작한다고 알려졌지만 원숭이 역시 같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 최소 3000년 전부터 ‘석기시대’ 진입...사용도구도 변천   

이런 가운데 카푸친원숭이의 석기 문명이 적어도 약 3000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당 논문은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6월 24일자에 게재됐다.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카푸친원숭이는 남미에 서식하는 몸길이 43㎝, 꼬리길이는 46㎝ 정도의 잡식성 동물로, 꼬리감는원숭이과(Cebidae)에 속한다. 그동안의 연구로 카푸친원숭이는 손끝을 정교하게 다룰 뿐 아니라 식사, 적대자에 대한 공격·위협, 심지어 구애에도 석기를 활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영장류 학자인 티아구 팔로티(Tiago Falótico)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카푸친원숭이가 식사에 사용하는 석기에 대해 고고학적 관점에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카푸친원숭이의 석기 총 122개를 발굴,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등을 통해 연대 분석을 진행했다. 지층에서 출토된 유물로 추정한 결과 카푸친원숭이는 최소한 450세대에 해당하는 3000년 전부터 돌을 도구로 활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발굴된 카푸친원숭이의 석기 유물 (출처: 네이처 생태와 진화)
발굴된 카푸친원숭이의 석기 유물 (출처: 네이처 생태와 진화)

주목할 사실은 원숭이들이 시간에 따라 석기 사용방식을 변화시켰다는 것. 가령 3000년 전 지층에서 현재의 카푸친원숭이가 다루는 것보다 작고 울퉁불퉁한 모양의 돌망치가 나왔으며, 약 600년 전 지층에서는 현재의 것보다 훨씬 큰 망치와 받침돌이 발굴됐다. 

이는 작은 열매를 먹기 위해 작은 석기를 사용했던 3000년 전 카푸친원숭이가 약 600년 전에는 지금의 캐슈넛보다 크고 딱딱한 열매를 먹기 위해 보다 큰 석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출처:pixabay.com)
(출처:pixabay.com)

연구팀은 “인류는 인지 발달과 문화의 변화 속에 뗀석기에서 벗어나 칼날, 낫, 창,돌도끼 등과 같은 보다 정교한 모양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카푸친원숭이는 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연구에 참여한 토모스 프로핏(Tomos Proffitt) 영국런던대 인류학 박사는 "돌을 도구로 취급하는 개체가 존재하는 것을 ‘석기시대’라고 정의한다면, 카푸친원숭이는 지금 석기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카푸친원숭이가 석기시대에서 진화할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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