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꿀벌, 수(數) 개념 기호와 연결해 식별”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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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인간은 5와 100과 같은 아라비아 숫자 기호를 보면 자연스럽게 개수나 수량을 떠올릴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기호와 수의 연계에는 높은 인지 능력이 요구된다.

인간보다 훨씬 작은 뇌를 가진 꿀벌이 수를 나타내는 ‘기호’와 개념상의 ‘수’를 결합해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로 새롭게 밝혀졌다.

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인간의 뇌는 86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는 반면, 꿀벌은 100만 개 이하의 신경세포만 존재한다.  하지만 꿀벌은 높은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고 ‘영(0)’의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로 드러났다.  

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RMIT University) 연구팀은 꿀벌이 숫자를 나타내는 기호와 수의 개념을 연결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미 침팬지·붉은털 원숭이(Rhesus Monkey) 등의 영장류와 비둘기·앵무새 등의 조류는 아라비아문자 등의 기호로 수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기호와 수의 조합을 꿀벌에게 가르치기 위해 비둘기 실험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도형세트를 준비했다. 다음 이미지가 실제 실험에 사용된 것으로 N모양 기호는 '2', 역T자형 기호는 '3'을 의미한다.

(출처: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팀)
(출처:호주(출처: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팀) 

2개 그룹으로 나뉜 꿀벌을 Y자형 미로에 넣고 한 그룹은 기호, 나머지 한 그룹은 도형 개수로 표시된 수를 보여준다. 꿀벌은 두 가지 옵션 가운데 앞서 본 기호와 일치하는 수가 있는 방 혹은 수와 일치하는 기호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반복적인 훈련을 거쳤다.

연구팀은 올바른 조합을 선택한 방에는 달콤한 설탕물을 두고 조합이 잘못된 방에는 쓴 물을 준비했다. 꿀벌은 이 차이를 냄새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설탕물을 먹기 위해서는 기호와 수를 바르게 연결해야 한다.

(출처: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팀)
(출처: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팀)

50번에 걸친 테스트 결과 꿀벌은 75%의 정확도로 기호와 수를 연결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무척추 동물 가운데는 최초의 사례다. 첫 번째 훈련이 끝난 후 연구팀은 도형 색상과 모양을 바꿔 다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역시 성공했다.

연구팀의 애드리안 다이어(Adrian Dyer) 교수는 "우리는 숫자 기호를 기억하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가령 '4'라는 기호가 나타내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인지 능력이 필요하다. 영장류와 조류는 그간의 연구를 통해 확인됐지만 곤충의 능력이 확인된 것은 이번 실험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출처:pxhere.com)
(출처:pxhere.com)

다만 이번 연구는 기호와 수를 연결하는 능력에 대한 실험으로 꿀벌이 기호 자체에 양적 가치를 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인간은 문화에 따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반면 수에 대한 개념은 문화권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보편적 언어’라고 칭하기도 한다. 숫자를 나타내는 기호를 꿀벌을 포함한 다른 동물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수에 대한 이해 능력이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닌, 많은 동물이 가진 보편적인 능력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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