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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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거북이가 겨울잠을 자는 대표적 변온 동물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면 장소로 호흡이 어려운 연못이나 호수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맨체스터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의 일란 루어(Ilan Ruhr) 박사와 지나 갈리(Gina Galli)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거북이는 산소 없이 최대 6개월 정도 생존할 수 있으며, 부화과정에 산소가 적으면 평생 동안 낮은 산소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특별한 심장 구조와 기능을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논문은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게재됐다.

영국왕립학회보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영국왕립학회보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은 무산소 환경에서 생존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기 위해 악어거북(snapping turtle) 알을 산소 농도 10% 상태에서 부화시킨 후 성체의 심장을 조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산소 농도 10%는 물 아래 가장 안쪽에서 부화하는 수준이며 대조군으로 산소 농도 21%에서 부화시킨 악어거북을 준비했다.
 
각각의 조건에서 태어난 악어거북을 생후 15개월~24개월까지 일반 대기와 같은 산소 농도에서 사육한 뒤, 심장에서 심근세포를 추출해 세포내 칼슘·pH·활성산소 등 저산소 내성에 관계하는 성분을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낮은 산소에서 부화한 악어거북의 심장은 무산소 상태에서도 일반 대기와 같은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또 낮은 산소에서 부화한 악어거북의 심근세포는 산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도 세포 조직에 손상이 없었다. 

일란 루어 박사는 "거북이는 산소가 거의 없는 곳에서 오랜 기간 동안 생존 할 수 있는 놀라운 생물"이라며 "저산소 환경에서 부화한 거북이의 유전체(genome)에 후생유전학적(epigenetics)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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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북이의 능력을 인간에게도 응용할 수 있을까? 연구팀의 지나 갈리 박사는 "거북이와 인간의 심근세포는 해부학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거북이가 무산소 환경에서 사는 능력의 메커니즘을 풀 수 있다면 의료 기술에 적용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심장이 거북이처럼 산소결핍에 견딜 수 있다면 심장발작으로 심근세포에 공급되는 산소가 끊겨도 문제가 없고, 장기 이식시 장기 손상 등을 억제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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