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도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향후 2년 이내에 최초의 반도체 칩을 제조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허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반도체 회사 AMD, 미국 최대 D램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인도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도, 26~27년 첫 반도체 공급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2026~2027년을 목표로 자체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업체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총 10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피유쉬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최근 "인도는 2년 이내에 반도체 제조를 시작할 것"이라며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와의 긴밀한 제휴와 인도 굴지 재벌 타타그룹의 참가 등 구체적인 진척 현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와 AMD 등도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인도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미래 국가 전략의 하나로 보고 외국 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고얄 장관은 2026~27년까지 자국 최초의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NBC는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전문지식 없이 인도가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애플 생산 거점 다변화로 인한 인도 제조업 약진
한편, 애플은 인도를 중국을 대체할 아이폰 주요 생산기지로 주목하고 있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은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생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고얄 장관에 따르면 현재 세계 아이폰의 14%가 인도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이폰 외에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앞으로 2~3년 안에 연 5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후에도 수천만 대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계획이 실현되면 인도는 전세계 아이폰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게 된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를 가진 나라로 떠올랐고 이동통신망 발전 속도도 상대적으로 늦어 성장 잠재력도 높다. 최근에는 중산층 인구 확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로의 이행이 빨라지면서 애플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3월까지 지난 1년간 애플의 인도 매출이 약 80억 달러를 돌파, 전년 같은 기간의 60억 달러에서 약 3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 6억 9000만대의 인도 스마트폰 중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불과 3.5% 수준이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인도가 향후 애플의 지속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도 애플 덕에 제조 거점에서만 총 15만명의 고용 창출이 새롭게 발생했다 이처럼 애플을 유치한 성공 경험이 인도가 해외 업체의 힘을 빌려 반도체 제조업에 도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정부는 자국 엔지니어들의 숙련도와 인센티브 등을 내세워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고얄 장관은 "(반도체 제조는) 힘든 과제지만 우리에겐 재능과 기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