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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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취중진담(醉中眞談)'이란 말은 술에 취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라틴어에도 'In vino veritas'라는 고대 격언이 있는데 "포도주 속에 진실이 있다"라는 뜻으로 술이 사람들을 솔직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술에 취해 나오는 말과 행동이 본심이라는 생각은 널리 퍼져있다. 정말 술에 취하면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지에 대해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해설했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의 아론 화이트 박사는 "알코올은 마음에 떠오른 것을 말할 가능성을 높인다. 때로 그것은 진실일 수도 있고, 술에 취한 순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술에 취하면 생각하는 것을 말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제 내 마음'이라고 느꼈다고 하더라도 맨정신에 돌이켜보면 매우 황당한 경우가 있다. 가령 술에 취해 '이런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겠다'거나 '내일 아침 반드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면 대부분은 그저 분위기에 휩쓸렸을 뿐이다. 

알코올이 정직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없지만, 알코올이 성격, 감정,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다수 존재한다.

2017년 학술지 임상심리과학(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9% 정도가 되면 사람은 평소와 비교해 훨씬 더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다. 이 연구에서 알코올 섭취로 더 쉽게 본심을 말하는지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다. 다만 외향적인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면 더 솔직한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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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음주는 사람을 더 사교적이고 솔직하게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술이 감정이나 사고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미국 피츠버그대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사예트는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감정이 격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술은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행동 변화도 당연히 동반된다. 알코올은 우리 행동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술을 마시면 기쁠 때는 더 많이 웃고, 슬프면 울음이 터지고, 불만이 있으면 화를 내기 쉬워진다. 이렇게 고조된 감정은 마음 속 진심을 털어놓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와 동시에 진심이 아님에도 분위기에 휩쓸려 말을 하거나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택할 위험까지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행동을 통제하고 충동을 제어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 신호를 알코올이 약화시켜, 더 충동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알코올은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는 편도체 활동을 억제해 맨정신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언행을 할 위험을 높인다. 

결국 '술은 정말 속내를 드러내게 만들까?'에 대한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이다. 

술에 취했을 때 속마음 혹은 비밀을 털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다음날 후회할 진심이 아닌 말과 행동을 할 위험도 함께 높인다. 화이트 박사는 "알코올은 자백제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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