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비행기를 탔을 때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새로운 연구에서 비행기를 탄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심장에 불필요한 부담이 되어 위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흉부학(Thorax)'에 게재됐다.
고지대나 기내 등 기압이 낮은 곳은 공기 중 산소 압력도 저하되기 때문에, 혈중 산소포화도(SpO₂)가 낮아진다. 혈중 산소의 포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산소포화도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약 95%에서 100% 사이를 기록한다.
산소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지면 신체조직으로 운반되는 산소의 양이 충분하지 않아 '저기압성 저산소증(hypobaric hypoxia)' 상태가 된다.
독일 항공우주센터 에바-마리아 엘멘호스트(Eva-Maria Elmenhorst) 박사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와 수면이 저기압성 저산소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40명의 실험 참여자가 '지상 기압 수면실 그룹'과 '항공기 내 기압(순항 고도) 수면실 그룹'으로 나뉘어 전날 밤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와 섭취하지 않은 경우 총 2일 밤 수면을 취했다.
섭취한 알코올은 맥주 2캔 또는 와인 2잔 분량이었고, 주어진 수면 시간은 4시간이었다. 수면 시간을 짧게 정한 이유는 비행 중 숙면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실험 결과, 지상 기압에서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의 평균 혈중 산소포화도는 95%, 평균 심박수는 77회 미만이었고,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사람의 평균 혈중 산소포화도는 96%, 평균 심박수는 64회 미만이었다.
한편, 항공기 내 기압에서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의 평균 혈중 산소포화도는 85%, 평균 심박수는 약 88회로 증가했다.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사람의 평균 혈중 산소 포화도는 88% 이상, 평균 심박수는 73회 미만이었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항공기 내 기압에서는 지상 기압보다 혈중 산소 포화도가 낮고 심박수는 높으며 알코올을 섭취하면 그 영향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혈중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이기 때문에 항공기 내 알코올 섭취는 건강에 여러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낮은 혈중 산소 포화도와 높은 심박수는 심혈관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따라서 자주 장거리 비행을 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 항공기 내에서 음주를 하는 것은 심장 건강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표본이 적고 젊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고령자와 지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내 알코올 섭취는 과소평가되고 있는 건강 위험 요인이지만 쉽게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