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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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리는 수년 전부터 AI와 머신러닝을 접목해왔으며 생성형 AI는 이를 더 새롭고 강력한 차원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팀 쿡 애플 CEO)

빅테크 간 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10일(현지시간)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독자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후발주자로 참전한 애플이 그간의 우려를 잠재우고, 새로운 AI 아이폰 시대의 막을 열 수 있을까. 

◆ 아이폰, 2020년 이후 최대 교체수요 기대 

애플은 지난 한 해 중국의 견제로 인한 매출 감소, 유럽 디지털시장법 위반 조사,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등 줄줄이 악재가 터졌다.  

이에 AI와의 융합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은 WWDC에서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 아이패드OS 18, 맥OS 15 등 일부 애플 플랫폼에 오픈A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챗GPT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애플 사용자들은 챗GPT 계정 없이 최신 GPT-4o 모델이 제공하는 다양한 AI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문서작성앱 페이지를 포함한 ‘쓰기 도구’ 전반 ▲전화 앱 상의 음성 녹음·텍스트 전환·요약 기능 ▲ 맞춤형 데이터 검색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지능형 AI 비서의 원조인 시리(Siri)가 '챗GPT-4o'와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가령 'OO의 비행기 도착 시간 좀 알려줘'라고 하면 이메일 내 항공편 정보로 시간을 알려주고, 픽업 일정을 개인 일정에 추가한다. 원하는 자료가 이메일이나 문자 등 어디에 들어있는지 모를 때도 시리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진 먼스터 딥워터에셋매니지먼트 매니징 파트너는 "챗GPT와 애플의 기반기술의 통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누구라도 간단하게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능 탑재로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 등장 이후 최대 규모의 교체 주기가 올가을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4년간 교체되지 않은 아이폰은 약 2억 7000만대에 이른다. 미 증권사 웨드부시의 다니엘 아이브스 이사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많은 아이폰 유저가 고대하던 킬러앱이다. 15% 이상의 기존 유저가 아이폰16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별화 '글쎄'...우려의 목소리도 

한편, 애플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은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분기(1월~3월)의 아이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 감소한 459억 6300만달러를 기록하며 3분기 만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독자개발이 아닌 제휴 형태의 AI 시장 진입이라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포레스터의 디판잔 채터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똑똑해진 애플 디바이스는 최근 급감하고 있는 매출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새로운 팬층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글로벌X의 테하스 데사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애플에 대해 보다 포괄적이고 야심찬 AI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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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오픈AI의 제휴, 생성형AI 경쟁의 판도 바꿀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픈AI와 파트너십 체결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측은 이번 제휴로 직접적 수익은 창출하지 못하지만, 월 20달러의 '챗GPT 플러스' 구독을 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애플과의 제휴로 22억대에 달하는 애플 디바이스에 챗GPT가 탑재되면서 누리는 브랜드 효과가 금전적 비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봤다.   

애플이 오픈AI와 손을 잡은 건 단연 압도적 성능 때문이다. GPT-4o의 평균 응답 시간은  232밀리초에 불과하다. 참고로 사람의 평균 응답 시간은 320밀리초로 알려져 있다. 이는 챗GPT가 사람처럼 자연스런 대화를 나누는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OpenAI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OpenAI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제휴가 글로벌 IT 공룡 가운데 특히 구글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세월 거액을 들여 인터넷 검색 디폴트 툴로서 애플과 함께해 온 구글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2003년 이후 웹 브라우저 사파리(Safari)의 디폴트 검색 엔진으로 구글 검색을 채택해 왔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점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는 애플의 기본 탑재 검색 엔진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그 비용으로 매년 평균 100억달러 이상을 애플에 지불해 왔다.

하지만 이번 오픈AI와의 계약으로 애플의 AI 어시스턴트 '시리'는 일부 질문에 사용자를 구글이 아닌 챗GPT로 리다이렉트한다. 구글의 트래픽 감소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애플-오픈AI의 파트너십은 애플과 구글의 관계성을 악화시키는 한편, 경쟁 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다만 애플과 오픈AI의 밀당은 현재진행형이다. 양사의 계약은 독점 계약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제미나이 챗봇을 추가 옵션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구글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리는 앤트로픽과도 관련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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