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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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과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도시 봉쇄(lockdown)가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2020년 당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44억 명이 엄격한 제한 아래 놓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세계적인 사회활동 중단은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오랜 시간 주인과 함께 있게 된 반려동물의 행복도가 향상되거나 고요해진 도심 속 새의 노래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가 도심이 아닌 야생에서 사는 곰·사슴·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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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를 '인간이 야생동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배울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 동물학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바이오로깅 이니셔티브(COVID-19 Bio-Logging Initiative)를 설립하고 봉쇄 기간 동안 다양한 동물 행동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니셔티브 멤버인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로버트 패쳇(Robert Patchett) 박사는 "동물의 이동 패턴은 사람과 자동차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일반적으로 사람과 동물 행동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도시 봉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패쳇 박사와 네덜란드 래드바우드 대학 생태학자 말리 터커(Marlee A. Tucker) 박사는 17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을 이끌고 팬데믹 기간 대형 육상 포유류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GPS로 추적한 코끼리·기린·곰·사슴·퓨마 등을 포함한 총 43종 총 2300마리 이상의 개체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2020년 봉쇄 기간 행동 및 이동 패턴이 1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육상 포유류 상당수가 기존보다 더 멀리 이동하면서도, 편안하게 활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이런 행동 변화는 도시에 사람이 사라지자 매우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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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대형 포유류가 도로에 접근하는 빈도는 봉쇄 기간 중 36% 증가했다. 특히 엄격한 봉쇄 조처가 내려졌던 10일간의 이동 거리는 전년보다 73%나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패쳇 박사는 동물이 도로에 가까워지게 된 것은 사람들이 사라져 새로운 지역을 탐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공저자인 캘리포니아 대학 크리스 윌머스 박사(Chris Wilmers)는 다른 연구에서 보통 인간이 사는 지역을 피하는 신중한 동물인 퓨마가 봉쇄가 이뤄진 2020년에는 예년에 비해 시가지에 상당히 접근하거나 거리 한복판을 활보하기도 했다고 보고했다. 

겁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 불곰은 닭장을 기습하고 쓰레기통을 약탈하는 등 대담한 행동 양상을 보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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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같은 기간 육상 포유류의 1시간 간격 이동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물들이 ‘편하게’ 다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물들을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체적인 이동 패턴에는 큰 변화가 나타난 반면, 개별 반응은 제각각이었고 종에 따라서도 큰 편차가 있었다. 이는 지역에 따라 봉쇄 정책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종마다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패쳇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행동이 동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행동의 작은 변화가 야생동물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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