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nimal Behaviou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많은 동물들이 '놀이'에 흥미를 느끼지만 기본적으로 뇌가 큰 포유류나 조류 등이 놀이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꿀벌도 놀이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동물행동(Animal Behaviour)'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꿀벌은 나무공을 굴리는 놀이에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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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행동은 대략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교적인 놀이'로 동물 사이의 장난기 있는 친근한 교류가 이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운동 놀이'로 달리기나 점프 같은 특정 목적과 관련이 없는 격렬하고 지속적인 동작이 해당한다. 세 번째는 '물건 놀이'로 물건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경우다. 

2017년 발표된 과거 연구에서는 보상(먹이)을 받기 위해 작은 나무공을 굴리도록 꿀벌을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먹이가 놓인 실험장과 꿀벌이 사는 벌통을 연결하는 터널 위에 나무공을 놓고 실험장과 벌통을 왕복할 때 꿀벌이 공을 굴리는 모습이 관찰된 것.  

당시 뚜렷한 보상이나 이익이 없는 경우에도 공을 굴리는 모습에 주목한 런던퀸메리대학교 생물행동과학자인 라르스 치티카(Lars Chittkaa) 교수 연구팀은 꿀벌이 나무공을 굴리는 행위가 실제 놀이 행동인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동물이 실제로 놀이 행동을 하는지 실증하는 실험 설계는 매우 어렵다. 동물에게 그 행동을 즐기고 있는지를 물을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5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 5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먹이를 구하거나 구애하거나 피난처를 찾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2. 어떠한 보상과 관련된 것이 아닌 자발적 행동으로, 그 자체로 보람이 있는 행동이다.
3. 놀이 행동은 음식을 찾거나 짝짓기를 할 때의 행동과 다르다. 
4. 일회성 여부와 습관적 행동과의 구별을 위해 놀이 행동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놀이 자체가 틀에 박힌 것은 아니다.
5. 우리에 갇힌 동물원의 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걷기 등 스트레스 행동과의 구별을 위해 놀이는 실험 대상이 편안할 때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45마리의 꿀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먹이가 있는 장소와 벌통을 따로 준비하고 이를 두 개의 통로로 연결했다. 한쪽 통로는 아무것도 놓지 않고 다른 통로에는 색이 칠해진 나무 공을 준비했다. 

실험 결과 45마리의 꿀벌 중 37마리가 먹이를 먹은 후에도 공을 굴렸다. 또 꿀벌은 실험 기간 동안 개별적으로 1회에서 최대 117회까지 공을 굴린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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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놀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첫 번째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42마리의 꿀벌과 공이 놓여 있지 않은 방과 공이 놓인 방을 준비했다. 두 개의 방은 명확하게 색상을 분류했으며,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공을 제거했다. 그러자 꿀벌은 공이 놓여 있던 쪽의 색깔의 방을 강하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세 번째 실험에서는 어린 꿀벌이 나이 든 꿀벌보다 공을 굴리는 빈도가 높고, 수컷 꿀벌은 암컷 꿀벌보다 장시간 공을 굴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밝혀졌다.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꿀벌은 놀이 행동의 5가지 기준을 충족하며, 나무 공을 데굴데굴 굴리며 노는 명확한 놀이 행동을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작은 크기와 작은 두뇌에도 불구하고 곤충이 일종의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경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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