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sciencealert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꿀벌은 다양한 종류의 꽃가루를 매개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높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온라인 상에 꿀벌 두 마리가 협력해 병뚜껑을 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면 속엔 내용물이 들어있는 환타 페트병이 보인다. 뚜껑 양쪽엔 작은 꿀벌이 붙어있다. 꿀벌들은 뚜껑 근처에 양쪽으로 자리를 잡고 조금씩 다리를 움직인다. 

뚜껑은 느슨한 상태로 보이며 꿀벌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돌아간다. 마침내 이를 완전히 여는 데 성공하자 예상치 못한 사건에 촬영자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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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 장면을 촬영한 사람은 "점심시간에 쉴 때 찍은 것"이라며 "탄산음료를 벌들에게 뺏겼다"고 말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sciencealert)은 이 신기한 동영상이 CG로 만든 가짜일 가능성과 이미 열린 상태의 뚜껑을 우연히 떨어뜨린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꿀벌이 이 정도의 두뇌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전했다. 

꿀벌이 이 같은 수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뇌의 크기가 반드시 지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언스얼럿은 "작은 동물은 뇌세포가 지배하는 몸 자체가 작다"며 "뇌의 크기가 아닌 신경 연결의 복잡성이 인지능력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꿀벌은 수(數)의 개념 기호와 연결해 식별할 수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he Royal Society (2019.06) 

20세기 꿀벌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연구해 '꿀벌 춤'이 가진 의미를 해독하는 등의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카를 폰 프리슈는 노벨상 수상 전인 1962년 "꿀벌의 뇌는 너무 작아서 독창적인 성질은 본능에 따르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꿀벌의 뇌가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꿀벌의 뇌는 인간의 0.0002% 정도의 무게에 불과하지만 ▲숫자의 개념을 기호로 연결 ▲제로(0) 개념 이해 ▲다른 동물의 배설물을 둥지를 지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우수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꿀벌은 말벌 등의 공격에 맞서 다른 동물 배설물을 벌통 주변에 발라 '집'을 보호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los One (2020.11) 

페트병의 뚜껑을 여는 행동은 자연에서는 전혀 필요치 않기 때문에, 꿀벌이 의도적으로 수행했다면 후천적인 학습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꿀벌이 가진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본능에 따른 것"이라는 폰 프리슈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물론, 꿀벌이 우연히 뚜껑을 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7년 연구에 따르면 꿀벌은 보상을 받기 위해 '자신과 같은 크기의 공을 굴리는' 자연에서는 필요 없는 작업을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이 실험에서 꿀벌은 공을 굴려 특정 골에 넣으면 보상으로 설탕물을 받았고, '다른 개체가 공을 굴려 골에 넣는 모습'을 보면 더 빨리 행동을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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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얼럿은 "설령 신경 회로가 작더라도 꿀벌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야외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는 음료를 더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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