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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양은 무리를 이루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집단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양떼는 기본적으로 우두머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리를 이끄는 리더 역할이 자주 교체되고, 이와 동시에 개개의 양이 가진 지식이 무리 전체에 공유됨으로써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다수의 개체가 협력·소통하여 만들어낸 집합적 판단과 지식의 결과물)을 얻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새롭게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독일 훔볼트 대학에서 생물학적 시스템의 모델링을 연구하는 루이스 고메즈 나바(Luis Gámez-Nava) 연구원 ▲프랑스 툴루즈 대학에서 동물 행동학을 연구하는 리처드 본(Richard Bon) 연구원 ▲프랑스 코트다쥐르 대학에서 사회 생물학을 연구하는 페르난도 페루니(Fernando Peruani) 연구원이 공동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발표했다.

동물이 무리 전체로 움직이는 집단행동은 지속적인 것은 아니며, 휴식하거나 먹이를 섭취할 때는 이를 중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 집단행동에 관한 기존 연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동하는 집단행동'을 상정한 경우가 많았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Physics

하지만 집단행동이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간헐적인 것이라고 여긴 연구팀은 양떼의 집단행동을 시간 간격을 바꿔가며 자세히 관찰하는 한편, 양떼 전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개별 무리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이동속도와의 상관관계를 평가했다.

그 결과, 관측한 양떼 움직임이 기존 양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델이나 확장 모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무리 안에서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분석한 결과 무리 행동을 나타내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고도로 계층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양떼 안에서 막연하게 정보가 오가는 것이 아닌, 정보를 얻은 한 마리가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여러 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

해당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그룹 내 양의 위치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특정 시간에만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의 존재가 있다"고 주장한다. 

페루니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무리로 이루어진 집단행동의 각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리더를 맡는 양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양은 계층적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이용해 함께 행동하고 집단행동의 전권을 리더에게 맡기는데, 이 리더는 일시적인 직책으로 교체가 잦으며 바로 다른 양이 리더를 맡기는 방식이다"라고 언급했다.

가령 양떼가 가야 할 길이나 먹이 장소와 같은 지식을 한 마리의 양이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양이 리더를 맡으면 전체가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리더 역할을 하지는 않으며, 어디까지나 집단행동 속에서 일시적으로 무리를 이끌 뿐이다. 

이처럼 개별 양이 우두머리와 추종자기를 반복함으로써 개개의 양이 가진 지식이 무리 전체로 공유돼 집단 지성을 획득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에 존재하는 동물의 집단 전략이 계층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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