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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숙면은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생산력이 저하되며 장기화되면 심장 질환 등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1990년대 작업치료사들은 무거운 담요가 발달장애나 감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정신상태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팀이 2020년 정신장애를 가진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무거운 이불을 사용한 그룹이 수면의 질이 크게 높아지고 불면증 경향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상 활동 수준도 높아져 피로·우울·불안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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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이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면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Melatonin)'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수면연구저널(Journal of Sleep Research)'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Sleep Research(2022)

크리스찬 베네딕트(Christian Benedict) 웁살라대 교수는 "무거운 담요의 효과에 대해 알려준 많은 소아과 의사와 작업치료사들을 만났지만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이에 무거운 이불을 덮은 사람들에게서 생리학적 변화가 나타나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활동일 주기 조절에 관여해 졸음을 유발하고 수면을 취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낮에 햇빛에 노출되어야 생성이 되고 밤에 분비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시각을 통해 들어온 빛은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을 통해 송과체에 전달되고 송과체는 인식된 빛의 양에 의해 멜라토닌의 분비를 관리한다. 태양이 지고 어두워지면 시교차상핵은 송과체의 브레이크를 해제하고 멜라토닌 생산 및 분비를 시작한다. 멜라토닌이 송과체에서 방출되면 맥박과 혈압이 저하되기 때문에 수면 준비가 된 것으로 몸이 인식하고 졸리게 되는 구조인 것.

연구팀은 수면장애나 무거운 이불을 사용한 적이 없는 20대 남녀 26명을 대상으로 하루는 체중의 2.4%에 해당하는 가벼운 이불, 하루는 체중의 12.4%에 해당하는 무거운 이불을 덮고 실험실에서 수면을 취하도록 했다. 또 실험 전에 각 침구에 익숙해지기 위해 집에서 가벼운 이불과 무거운 이불을 번갈아 사용하도록 했다. 

실험 참여자는 19시에 저녁을 먹고 밝은 방에서 2시간을 보냈고, 21시부터는 방이 어두운 상태로 지내다가 22시부터 이불을 덮고 누웠다.

연구팀은 22시부터~23시에 걸쳐 20분 간격으로 실험 참여자의 타액을 채취해 멜라토닌 수준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무거운 이불을 덮은 실험 참여자는 가벼운 이불을 덮은 실험 참여자에 비해 멜라토닌이 평균 약 32%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네딕트 박사는 "피부에 가해지는 부드러운 압력 등의 감각은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무거운 이불을 사용했을 때 관찰된 멜라토닌 상승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 몇 주~수개월에 걸쳐 무거운 이불을 사용해도 멜라토닌 분비 촉진 효과가 관찰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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