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사람의 수면 습관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며, 특히 '햇빛'을 받는 것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500명 이상의 수면 패턴을 2015년~2018년에 걸쳐 추적한 연구결과, 사람의 수면 패턴은 계절에 따라 변하며 '낮에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취침 시간이 빨라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수면과 빛 노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해당 논문은 생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송과선 연구 저널(Journal of Pineal Research)'에 게재됐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507명의 학부생에게 손목 밴드형 모니터를 장착해 2015년~2018년 수면 패턴을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워싱턴 대학이 위치한 시애틀은 고위도 도시로 1년 중 가장 해가 긴 하지는 16시간(새벽 5시경~21시경까지) 가까이 태양이 떠 있는 반면, 동지에는 8시간(8시경~16시경)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논문 공저자인 호라시오 데 라 이글레시아(Horacio de la Iglesia) 워싱턴대 교수는 여름에는 노출되는 빛의 양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깨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의 수면량은 계절에 상관없이 매일 밤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취침시간은 여름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겨울이 평균 35분 늦고 기상 시간도 겨울이 여름보다 27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이 해가 길어 잠자리에 늦게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의 생체리듬(circadian rhythm·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일어나는 생체 내 과정)은 여름에 비해 겨울이 최대 40분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겨울에 존재하는 어떤 요인이 학생들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Pineal Research

생체리듬의 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여름과 겨울의 일조 시간의 차이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낮에 1시간 햇빛을 받으면 생체리듬이 약 30분 빨라지고, 해가 진 후 조명이나 컴퓨터 등의 빛에 1시간 노출되면 생체리듬이 약 15분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의 겨울은 흐리지만 구름 낀 흐린 날씨라도 실내보다는 밝기 때문에 겨울에도 효과는 존재했다.

데 라 이글레시아 교수는 "낮, 특히 아침에 햇빛을 받으면 생체시계가 진행돼 저녁에 더 졸리지만, 늦은 오후나 해질녘에 햇빛을 받으면 체내 시계가 늦어지고 졸리는 시간도 늦어진다. 결국 잠에 빠지는 시간은 하루의 다양한 시간대에 빛에 노출되어 나타나는 상반된 효과, 즉 빛 노출 간 밀고 당기기의 결과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야간 조명이 당연해진 현대에도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 변화가 생체리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데 라 이글레시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인공적인 빛으로 가득한 도시에 살고, 낮에는 실내에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연구가 의미하는 것은 잠깐이라도, 특히 아침에는 밖에 나가서 자연광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밤에는 스크린을 보는 시간과 조명을 줄임으로써 일찍 잠자리에 드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