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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의 체내는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생체리듬(circadian rhythms)'에 의해 제어된다. 생체리듬은 수면·각성·호르몬·심박수·혈압·체온 등 일정한 주기(보통 24시간)에 따라 반복적인 패턴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철야나 교대근무 등으로 수면 사이클이 흐트러지면 생체리듬에 혼란이 생겨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병진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생체리듬 혼란에서 회복하는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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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체리듬에 혼란이 발생하는 대표적 이유 중 하나가 낮과 밤이 정기적으로 바뀌는 교대 근무다. 간호사·경찰·공장 노동자·24시간 영업 음식점 종업원 등 주근과 야근이 혼재하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생체리듬이 수면을 지시할 때 근무를 해야 하고, 반대로 생체리듬이 일어나도록 지시할 때 수면을 취해야 한다. 

과거 연구에서 이러한 생체리듬에 반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은 비만·고혈당·고혈압 등의 증상이 복합된 대사증후군을 비롯해 건강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은 당뇨병·심장병·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심각한 공중위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쥐의 환경을 조작해 교대 근무자와 마찬가지로 낮과 밤의 사이클을 어지럽혀, 생체리듬 혼란이 수컷과 암컷 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실험 결과, 암컷 쥐는 수컷 쥐보다 생체리듬 혼란에 대한 회복력이 높고, 고지방 먹이를 먹인 경우에도 심혈관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컷 쥐는 생체리듬 혼란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쥐의 활동뿐만 아니라 간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 유전자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수컷과 암컷 모두 생체리듬이 흐트러져도 간(肝)의 주요 생체시계 유전자는 계속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컷은 생체시계 유전자 제어를 통해 대사를 유지하는 보다 광범위한 유전자군에서 주기적 활동이 사라졌다. 이에 반해 암컷 쥐는 주기적인 활동이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또 연구팀은 장내 세균을 조사해 수컷 쥐는 인간 당뇨병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정 세균이 유의하게 증가한 사실을 밝혀냈다. 암컷 쥐는 생체리듬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장내 세균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련의 연구 결과는 암컷 쥐가 수컷 쥐보다 생체리듬 혼란에 대한 회복력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물론 쥐와 인간의 몸에는 많은 차이가 있어 이를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에 연구팀은 장기적인 건강 데이터를 수집한 UK바이오뱅크에서 교대 근무 경력이 있는 9만 명 이상의 건강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교대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남녀 모두 일반인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높았지만, 동물실험과 마찬가지로 남성에 비해 여성 교대제 근무자는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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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간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생체리듬 혼란에 대한 회복력이 강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동일한 교대 근무를 하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걸리기 쉽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교대 근무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휴일에 밤을 새우는 등의 사회적 시차 적응도 생체리듬 혼란의 일종으로 쌓이게 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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