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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약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에 지름 약 14km의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해 공룡을 포함한 동식물의 대량 멸종을 이끌었다. 

이때 발생한 쓰나미가 4.5㎞의 파고를 일으키며 지구의 약 절반의 해저를 헤집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쓰나미를 시뮬레이션 모델로 분석하고 세계 100개 이상의 지점에 기록된 지질학적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AGU 어드밴시스'(AGU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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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600만 년 전의 소행성 충돌은 ▲대규모 지진 ▲화산 폭발 ▲초강력 쓰나미 ▲급격한 기온 상승 ▲ 햇빛 차단에 의한 한랭화 등의 사태를 일으켰다. 대량 멸종은 중생대 백악기(Kreidezeit/Cretaceous)와 신생대 제3기의 첫 세인 팔레오세(Paleogene) 경계에서 발생해 'K-Pg 멸종'으로도 불린다. 현재에도 당시 소행성 충돌의 흔적이 지구상에 남아 있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우선 대규모 충돌을 분석하는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소행성 충돌 첫 10분 동안 일어난 사건을 모델링했다.

모델 분석에서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지름 14km의 소행성이 시속 4만3200km로 지구에 충돌했다'고 가정했다. 소행성은 두꺼운 퇴적물과 얕은 바닷물로 뒤덮인 화강암 지각에 충돌해 폭 약 100km의 크레이터를 형성했고, 충돌 지점에서 분출한 물체로 인해 물이 밀려 일시적으로 4.5km의 파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10분 뒤에는 충돌 지점에서 220km 떨어진 곳에서 1.5km의 파고가 형성돼 바다를 가로질러 모든 방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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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연구팀은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두 가지 글로벌 해양 모델인 MOM6와 MOST에 입력해 쓰나미의 진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충돌 1시간 만에 쓰나미가 멕시코만에서 북대서양으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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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후에는 아래와 같이 당시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사이에 두고 있던 중앙아메리카 해로를 통해 태평양에 쓰나미가 도달했다. 시뮬레이션 모델에 따르면 멕시코만 근처의 파고는 100m를 넘었고 북대서양 연안이나 남미의 태평양 연안 도달 시점엔 10m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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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후에는 쓰나미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했으며, 양방향에서 인도양으로 쓰나미가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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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8시간 후에는 거의 모든 해안선에 쓰나미가 도착했다. 쓰나미 에너지는 2004년 발생해 2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수마트라-안다만 지진 쓰나미의 약 3만 배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쓰나미로 인한 해류 속도는 북대서양과 남태평양에서는 해저 퇴적물을 침식하기에 충분한 초속 20cm를 넘어 지구 해저 절반가량이 영향을 받았다. 한편 남대서양·북태평양·인도양·지중해에서는 해류 속도가 초속 20cm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아 퇴적물은 쓰나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과 함께 세계 120개 지점에서 채취된 퇴적물의 지질학적 데이터도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대부분 해양굴착프로젝트를 통해 채취한 지층 코어이며 연구팀은 약 6600만 년 전 대량 멸종을 나타내는 K-Pg 경계의 퇴적물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북대서양과 남태평양에서는 완전하고 단절된 지점이 없는 K-Pg 지층이 적었고 남대서양·인도양·지중해에서는 K-Pg 경계가 중단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우리는 외양(open ocean)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는 두 가지 글로벌 해양모델이 거의 같은 결과를 도출했고 지질 데이터가 이 결과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소행성 충돌의 영향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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