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농업의 시작은 인류를 크게 진보시킨 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뿐 아니라 개미도 균류를 재배하는 일종의 농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주도한 국제 연구팀이 공룡을 멸종시킨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이 '개미 농업'의 탄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해 지역 개미 중 약 250종이 균류를 재배한다. 가령 북아메리카 대륙 남동부에서 중남미에 널리 분포하는 잎꾼개미(Atta cephalotes)는 특정 균류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으며, 균류의 영양원인 식물잎 등을 운반해 균사가 부푼 공길리디아라고 하는 일종의 버섯을 키운다. 균류를 성장시키는 대신 그 균류를 먹이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유전학적 연구에 따르면 개미와 균류의 공생관계는 매우 특이하다. 특정 개미는 정해진 균류와만 협력하고, 협력 중인 균류에 반응하는 형태로 급속히 진화한 유전자가 공생관계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생관계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국제 연구팀은 중남미에서 수집한 276종의 개미와 475종의 균류 DNA를 분석해, 공생관계의 시작점을 찾는 진화 계통도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분석 대상에는 개미가 재배하는 균류 288종과 균류를 재배하는 개미 208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어떤 종이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공통 조상에서 분기한 것은 언제인지 추정하기 위해 진화 과정 동안 변하지 않는 초보존 요소(UCE : ultraconserved element)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균류를 재배하는 개미의 공통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약 6600만년 전 대멸종에서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현재의 잎꾼개미가 재배하는 균류가 약 6600만 년 거대 운석 충돌과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대멸종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대규모 기후 변화와 햇빛 차단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운석 충돌로 발생한 햇빛 부족은 식물 광합성을 대략 2년간에 걸쳐 방해했으며, 그것이 균류 증식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곰팡이를 길들이는 방식으로 농업에 종사한 개미 대부분이 등장한 것은 대멸종으로부터 약 3300만년이 지난 에오세(Eocene) 말기 무렵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에오세에서 올리고세(oligocene) 이행 당시의 기후 변화나 약 2700만년 전 건조한 사바나와 같은 환경의 확대 등이 개미 다양화와 균류의 진화를 촉진했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일개미 그룹의 조상들은 균류 주변에 서식하며 균류 혹은 그 부산물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미의 균류 재배 기원은 운석 충돌 후 직면한 식량 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과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