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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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간이 설치한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light pollution)’가 곤충의 개체수를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세계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은 2018년 기준 약 100만 종이 알려져 있으며, 확인된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지구상에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곤충의 감소는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곤충의 멸종 위기를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여러 건 발표되면서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연구진으로 구성된 합동 연구팀이 인공조명이 곤충의 생물학적 기능을 방해하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 최신호에 발표했다.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조명은 곤충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 사례가 야행성 나방이 전등 빛을 ‘달’로 오인하는 것이다. 나방들은 전등 빛 주변을 날아다니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날다 지쳐 죽음에 이른다. 또 편광을 감지해 수면(水面)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진 하루살이는 아스팔트에 반사된 빛을 수면 빛이라고 착각해, 아스팔트에 알을 낳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인공조명은 곤충의 행동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육식동물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거미·박쥐·쥐·도마뱀 등 많은 포식자들은 밤에도 밝은 빛 덕분에 훨씬 더 많은 곤충을 잡아먹을 수 있게 됐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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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곤충에게 인공조명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곤충은 오랜 역사 속에서 기후 변화와 육식동물의 포식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유사한 경험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불변이었던 ‘빛과 어둠의 주기’는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의 브렛 시모어 박사는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멸종 위기에 처한 곤충을 위해 인공조명을 ‘현명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가령 ▲움직임을 인식해 필요한 때만 켜지는 모션센서 등의 기술 ▲유해 파장을 간단히 제한하는 LED ▲ 달이나 태양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전구의 일정 부위를 가리는 커버 등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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