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2014년 개봉 영화 ‘인터스텔라’는 대기를 뒤덮은 황사, 미세먼지로 전 세계적 식량 고갈에 맞닥뜨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는 실제로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는 북극빙하의 면적감소와 산호섬 나라의 위기, 유빙 소실 등 자연 생태계를 위협한다. 

특히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에도 영향을 미쳐 물 부족과 이에 따른 채소 생산량 하락, 보건문제까지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은 지역특성과 기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개가 크게 변하면 안정돼있던 농업생태계도 교란된다. 

◆ “기후변화, 시리아 난민으로 이어져”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이며 이는 대기에 온실가스의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f Climate Change)이 출범했다. 당시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에 입각해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국가차원에서 실행하도록 합의했다. 

그로부터 약 30여년이 흐른 지금,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진지 오래다.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지구온난화로, 자연 생태계 교란 및 물 부족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관련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배로 높아지는 21세기말에는 전세계 기후요소와 농업생태계가 어떻게 변할것인지 주목해왔다.

지난 2015년 3월, 콜롬비아 대학교 리차드 시거 교수가 시리아 난민사태가 기후변화에 의해 유발됐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시리아가 속한 초승달 지대는 농경과 인류 문명의 주요 발상지였을 뿐 아니라, ‘에덴 동산’이 있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웠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은 척박한 불모지가 된지 오래다. 

실제로 시리아 국토는 약 12,000년 전 인류가 최초로 농경과 목축을 실현한 곳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라 지중해 동부 지역 강수량이 줄고 토양의 습도가 낮아져 농경이 점점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이 논밭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따라서 인구밀도 증가 및 기존 도시민들과 이주민들간의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도 당시 시리아 가뭄에 대해 "1902년부터 2010년 사이 온실 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건조도 증가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핵심 연구자였던 마틴 호어링은 “발생했던 건조 상태의 규모와 빈번성이 너무나 크다"며 "이미 자연적 가변성만으로는 이 지역의 기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장관도 지난 2015년 북극 외교 장관 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이것이 사회적 갈등까지 파생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지구온난화, 물, 농작물 생산력 하락으로 이어져, 빈곤층 식탁 위협 

이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속속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LSHTM) 연구팀은 ‘현재 추세대로 지구 기온이 오르고 물 부족이 심화하면 금세기 말까지 채소 생산량이 31.5% 줄어들 것’이라고 미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지난해 6월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지점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물 부족이다. 물이 부족하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식수위주로 소비가 몰리기 때문에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든다는 것. 

연구팀은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이 특히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빈국과 빈곤층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시 저자인 폴린 쉴비크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온 상승과 물 부족 등과 같은 환경적 변화가 세계 농업생산에 실질적 위협이 돼 식량 안보와 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PNAS에 실린 또 다른 논문은 기온 상승이 지구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는 옥수수 작황의 변동성을 늘려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문 저자인 워싱턴대학 박사 연구원 미셸 티그첼라는 "지구 전체 기온이 오르면서 옥수수 작물국가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라가 돼버렸다. 따라서 주요 작물 생산성이 줄어들고 국제 가격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등지의 기후 생태계가 바뀌어왔다. 

금세기 말까지 현재 추세대로 지구 기온이 오르면 이들 4개 수출국이 동시에 흉년을 겪을 가능성이 86%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옥수수는 인간의 주식자재일뿐만 아니라 가축 사료 주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육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3년에 미국 곡창지대에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 미국 중서부 지대가 생산하는 옥수수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상기온과 가뭄으로 생산량이 22% 감소하면서 옥수수가격이 급등한 것. 이에 따라 육류 가격도 폭등에 소비층의 장바구니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기후변화는 지난 한 세기동안 식량 안보 및 기존 빈곤 문제를 악화시킬뿐만 아니라 새로운 빈곤의 덫을 만들었다”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있는 만큼 기후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제한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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