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도심에 머물던 로보택시가 마침내 고속도로로 진출한다. 미국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 3개 도시권에서 고속도로 주행 서비스를 공식화하며 자율주행 상용화의 다음 단계를 열었다. 공항 연결과 도시 간 이동까지 로보택시의 쓰임새가 넓어지는 분기점이다.
웨이모 공동 최고경영자(CEO) 드미트리 돌고프는 "완전 자율주행 고속도로 운행은 개념화하기는 쉽지만 진정으로 숙달하기는 매우 어려운 중대한 공학적 성과"라고 말했다.
웨이모는 이번 조치로 베이에어리어 주요 고속도로는 물론 산호세 미네타 국제공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 회사 측은 고속도로 주행에 따라 이동 시간이 '최대 50%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주행 구역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 서비스가 광역 교통망으로 편입되는 변화다.
◆ 고속도로 진입이 연 로보택시의 새 역할
도심 로보택시는 신호와 보행자 대응이 중심이지만, 고속도로는 속도·거리·상황 전환이 훨씬 크다. 빠른 차선 변경, 대형 트럭·오토바이와의 근접 주행, 진입·합류 지점의 급격한 흐름 변화, 그리고 드물지만 위험도가 높은 돌발 정지 차량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
웨이모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변수를 시뮬레이션과 실제 도로에서 반복적으로 학습해 왔다.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통합한 센서 시스템과 예측 기반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결과, 고속도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변화는 로보택시의 역할을 확장한다. 샌프란시스코–산호세, LA–피닉스처럼 기존에는 적용이 어렵던 장거리 경로까지 열리면서, 로보택시는 '도심용 이동 수단'에서 '광역 교통 옵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 미국 반응은 기대와 경계가 나란히
미국 현지 이용자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타난다. 실제 탑승 후기에서는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만 긴장될 뿐, 전체 주행은 안정적이다"라는 평가가 많다. 차선 변경과 합류 상황에서도 과도한 급가속 없이 주변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점이 긍정적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모든 이용자가 곧바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특유의 빠른 상황 변화, 대형 트럭과의 근접 주행, 예상치 못한 정지 차량 등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사고 사례 이후 규제 당국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고속도로 단계에 맞는 보험·책임 구조 재정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웨이모의 기술 성숙도는 뚜렷해졌지만, 이용자 신뢰까지 확보하려면 안전 기준 강화와 데이터 공개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웨이모의 다음 목표는 미국 전역…그리고 해외
웨이모의 전략은 고속도로 도입을 '하나의 기능 업데이트'가 아닌 '사업 확장 단계'로 활용하는 데 있다. 회사는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 디트로이트, 보스턴, 뉴욕 등 주요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시험 운행과 규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악천후·야간·장거리 등 다양한 조건을 아우르는 전천후 서비스 구축이 목표다.
확장 전략은 미국을 넘어 해외로 이어진다. 웨이모는 런던 등 유럽 시장 진입 계획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로보택시 플랫폼' 구축을 장기 비전으로 제시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로보택시뿐 아니라 화물 운송, 셔틀, 물류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통합하는 구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웨이모의 고속도로 진입은 자율주행의 실험 단계를 넘어 인프라적 역할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도시 안에서만 움직이던 기술이 도시 밖을 잇는 기능으로 넓어지면서, 본격적인 '광역 자율주행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