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하루 종일 신발 속에 갇힌 발가락 사이 공간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세균 정글'이다. 수많은 땀샘과 습기, 그리고 온기가 결합해 세균과 곰팡이가 번성하기에 완벽한 환경이 형성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발 피부 1㎠당 최대 1천만 개의 미생물 세포가 존재한다고 보고됐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임상미생물학자 프림로즈 프리스톤(Primrose Freestone) 교수는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발을 "작은 열대우림에 비유할 만큼 다양한 미생물 서식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 냄새의 원인이 땀 자체가 아니라, 미생물이 땀과 각질을 분해하며 내놓는 부산물이라고 덧붙였다.
◆ 양말, 미생물의 '은신처'이자 감염 경로
발이 미생물로 가득하니 양말 역시 이들의 서식지가 된다. 무해한 피부 상재균뿐 아니라 아스퍼질루스(Aspergillus), 칸디다(Candida), 크립토코쿠스(Cryptococcus) 등 잠재적 병원성 곰팡이와 세균이 공존하며, 집 바닥·체육관 매트·정원 흙·반려동물 털 등 발이 닿는 모든 환경에서 옮겨온다.
병원 환경에서는 위험성이 더 커진다. 환자가 신은 미끄럼 방지 양말이 병원 바닥의 항생제 내성균을 침대로 옮기는 사례도 보고됐다. 발 위생은 개인 건강을 넘어 감염 관리와 공중보건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무좀(Tinea pedis)과 같은 곰팡이 감염은 양말·신발의 습한 환경에서 쉽게 번지고, 세탁 후에도 포자가 남아 재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 세탁 습관과 소재 선택이 해답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한 번 새 양말로 갈아 신고, 신발은 완전히 건조시키며, 통풍이 잘 되는 재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탁 시에는 양말을 안쪽으로 뒤집어 효소 세제가 함유된 세탁제를 사용하고, 가능하면 60℃ 이상에서 세탁하는 것이 권장된다. 낮은 온도에서 세탁할 경우 스팀다리미로 열 처리를 하거나 햇볕에 말려 자외선 소독 효과를 더하는 방법도 있다.
면 양말은 합성섬유보다 고온 세탁에 강해 곰팡이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흥미롭게도 양말은 하루 동안 접촉한 환경의 '미생물 지문'을 고스란히 보존한다. 미국의 한 살인 사건에서는 용의자의 양말에서 채취한 토양 세균이 피해자 매장지의 토양 미생물과 일치해 범행 현장을 특정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전문가들은 발 위생 관리가 단순한 개인 청결을 넘어 곰팡이 감염, 항생제 내성균 확산 등 공중보건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발가락 사이와 양말 속은 인체에서 가장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이므로, 철저한 세탁과 건조, 위생 습관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