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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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욕실용품을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위생 전문가들은 일부 욕실용품은 절대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일상 속 작은 부주의가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Griffith University)의 감염예방학자 테아 반 더 모르텔(Thea van de Mortel) 교수는 호주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절대 공유해서는 안 되는 욕실용품 3가지'로 타월, 칫솔, 면도기를 꼽았다.

그는 "이 세 가지 물품은 피부 접촉이나 체액을 매개로 세균·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 고위험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 세균 번식의 온상, '타월'

타월은 욕실 내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 후 충분히 건조되지 않으면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나 대장균(E. coli)이 수일간 생존할 수 있다. 반 더 모르텔 교수는 "특히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여드름이 있는 경우, 타인의 타월을 통해 세균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타월 공유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MRSA) 감염이 확산된 사례가 보고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아동이 한 명이라도 있는 150가구를 1년간 추적한 결과, 가족이 타월을 함께 쓸 경우 감염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된 아동이 있는 가정 150가구를 12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 2020
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된 아동이 있는 가정 150가구를 12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 2020

반 더 모르텔 교수는 "샤워를 해도 피부의 미생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따뜻하고 습한 욕실 환경은 오히려 세균 증식을 촉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세균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발전하면 치료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타월을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60도 이상의 온수로 세탁하고, 햇볕에 완전히 건조시킬 것을 권장한다.

◆ 감염성 질환 옮길 수 있는 '칫솔'

칫솔은 구강 내 점막에 직접 닿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세균 전파 위험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칫솔에는 혈액과 타액이 미량 남을 수 있으며, C형 간염, 단순헤르페스, 엡스타인-바(EB) 바이러스 등 다양한 감염성 질환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플라스틱 칫솔모 표면에서는 바이러스가 최대 6일간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칫솔은 개인별로 구분 보관하고, 주 1회 이상 살균하거나 3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무생물 표면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지를 정리한 논문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icroorganisms, 2021
세균과 바이러스가 무생물 표면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지를 정리한 논문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icroorganisms, 2021

◆ 작은 상처로도 위험한 '면도기'

면도기는 날이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혈액 매개 감염의 위험이 높다. 면도 중 생긴 미세한 상처를 통해 B형 간염, C형 간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 전파될 수 있다. 또한 습한 욕실에 장시간 보관하면 녹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 면도 후 반드시 세척·건조해야 한다.

실제로 면도기를 공유하는 것은 일회용 주사기를 함께 쓰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감염 위험을 수반한다.

반 더 모르텔 교수는 "영유아, 고령자, 면역저하자, 당뇨 환자는 특히 세균 감염에 취약하다. 욕실용품을 개인별로 구분하고, 세척과 보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개인 위생 관리의 핵심은 '습관화된 예방'이라며 "손을 자주 씻고, 공용 물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감염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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