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세계 최초로 돼지의 폐가 사람의 몸속에서 9일 동안 기능했다. 신장과 간에 이어, 가장 난도가 높다고 꼽히는 폐 이종이식이 현실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다.
중국 광저우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연구팀은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39세 환자에게 유전자 편집된 '바마 미니돼지(Bama minipig, 중국 광시성 바마 지역에서 유래한 소형 품종)'의 좌폐를 이식했다. 공여 돼지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도록 6개의 유전자가 조정된 개체였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 '신장' 이어 '폐'까지…가장 어려운 장기에 도전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종이식은 이런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돼지는 장기 크기와 생리적 특성이 사람과 유사하고, 번식력이 뛰어나며 유전자 조작도 가능해 공여종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돼지 신장을 뇌사 환자에게 이식해 수주 동안 기능을 유지한 사례가 보고됐고, 돼지 심장과 간 이식도 제한적 성과를 냈다. 하지만 폐는 외부 공기와 직접 맞닿아 있어 감염 위험과 면역 반응이 복잡해, 가장 도전적인 장기로 꼽혀왔다.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광저우대 연구팀은 환자의 기도·혈관과 돼지 폐를 정밀하게 연결했고, 수술 직후 수 시간은 '초급성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24시간 후 심한 부종이 나타났고, 3일차와 6일차에는 항체 매개 거부반응이 진행됐다. 일부 회복 조짐은 보였지만 실험은 9일째에 종료됐다.
◆ 넘어야 할 '장벽'과 남은 과제
폐는 외부 병원체와 미세 입자를 막아내야 하는 장기다. 면역 반응 경로가 복잡하고, 이식 초기 '원발 이식편 기능부전(PGD)' 위험이 높다. 실제 이번 실험에서도 PGD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폐 이종이식의 초기 단계에서 초급성 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면역억제제 최적화, 유전자 편집 정교화, 장기 보존 기술 개선이 임상 전환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돼지 폐 이식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님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면역·생리적 장벽이 많다는 점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9일을 얼마나 더 연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