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나이가 들수록 인체 곳곳에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노화 세포가 축적된다. 이른바 '좀비세포'로 불리는 이 세포들은 기능이 거의 멈췄지만 염증 신호를 꾸준히 배출해 조직 손상과 노화를 앞당기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연구팀이 이러한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면역 반응을 포착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게재됐다.
◆ 노화 위험 신호 포착하면 CD4 T세포가 대응 모드로 전환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CD4 T세포가 특정 단백질(Eomes)을 발현하며 'CD4-Eomes'라는 형태로 전환될 때, 노화 세포를 표적해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세포는 존재만 알려져 있었지만, 노화 과정과 직접 연결되는 분자 기전은 이번에 처음 규명됐다.
핵심 발견은 두 가지다.
첫째, CD4 T세포는 주변에서 노화 세포가 늘어나면 이를 위험 신호로 감지하고 CD4-Eomes로 전환됐다. 면역체계가 스스로 전략을 조정해 염증 악화를 막는 방식이다.
둘째, CD4-Eomes 기능을 제거한 생쥐에서는 노화 세포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조직 손상도 심해졌다. 이 면역세포가 노화 세포 축적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직접적 증거다.
간경변 생쥐 모델에서도 CD4-Eomes가 존재할 때 조직 섬유화가 줄고 노화 세포가 감소하는 등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 '젊은 면역'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 면역'
이번 연구는 노화를 늦추기 위해 젊은 사람의 면역체계를 그대로 모방해야 한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면역 반응이 노화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알론 몬소네고(Alon Monsonego) 교수는 "노화를 되돌리려면 20대처럼 면역을 초기화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의 연구는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하게 강화된 면역이 아니라, 각 생애 단계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는 면역"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는 이러한 면역 반응이 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개인의 나이·유전적 특성에 따라 CD4-Eomes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