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세계보건기구(WHO)가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처럼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치쿤구니야 열병의 전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며, 각국에 대비 강화를 촉구했다.
치쿤구니야는 고열과 극심한 관절통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일부 환자에게는 만성적인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시에서 수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도시 전체가 비상 방역에 들어선 가운데, 국제적 확산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여행이 활발한 국내에서도 유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 치쿤구니야, 中 확산에 '초비상'
치쿤구니야 열병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모기 매개 감염병이다. 감염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 물려 전염되며, 잠복기는 보통 3~7일이다. 주요 증상은 39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고열, 극심한 관절통, 근육통, 두통, 오심, 발진 등이며, 특히 관절통은 몇 주에서 길게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현재까지 치쿤구니야에 특이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나 상용화된 백신은 없으며, 대증 치료만 가능한 상황이다. 치사율은 약 1%로 낮은 편이지만, 신생아나 고령자, 기저질환자의 경우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WHO 곤충 매개 바이러스 전문가 다이애나 로하스 알바레스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치쿤구니야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질병이지만, 전 세계 119개국에서 보고된 바 있다"며 경계심을 높였다. 특히 이번 확산 양상이 2004~2005년 대유행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인도양 섬 지역에서는 약 50만 명이 감염됐다.
현재 동남아시아, 인도, 마다가스카르, 소말리아, 케냐 등에서도 감염이 확산되고 있으며,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보고돼 전 세계적인 비상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특히 중국 남부 포산시는 이번 확산의 중심지로 지목된다. 현지 병원에는 병상마다 모기장이 설치돼 치쿤구니야 환자 격리 병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 전역이 특별 방역 체제에 돌입했다. 포산시에서만 이미 2,600명이 넘는 감염자가 확인됐고, 베이징 등 다른 도시에서도 해외 방문자 중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중국 전역이 긴장 상태에 놓였다.
중국 당국은 이번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온다습한 기후가 모기 활동을 촉진해 확산 속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원은 "모기 체내 바이러스 양이 많을 경우, 한 마리가 여러 사람을 물어 동시다발적으로 전염시킬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예방과 통제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국내 유입 대비…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국은 아직 치쿤구니야의 풍토병 지역은 아니지만, 해외여행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한 모기 서식지 확대를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유행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을 중심으로 해외유입 확진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모기를 통한 2차 감염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흰줄숲모기가 이미 전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어 유입 시 지역 확산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는 주요 공항 검역을 강화하고, 유입 환자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와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치쿤구니야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해외여행 이력을 알릴 것을 당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예방 수칙이 중요하다. 유행 지역을 방문할 경우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긴 옷을 착용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귀국 후 발열이나 관절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WHO가 전 세계 확산 가능성을 경고한 치쿤구니야는, 국내에서도 철저한 감시와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