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등의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모기는 역사상 인간을 가장 많이 죽게 한 치명적 생물이다. 모기가 매개하는 수많은 병원체로 인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연구를 통해 모기의 타액(침)에 포함된 성분들이 인간 면역계를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프로스 패소전스(PLOS Pathogen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Pathogens

미국 버지니아대 마리아노 가르시아 블랑코(Mariano A. Garcia-Blanc) 교수 연구팀은 세 가지 다른 분석 방법을 통해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 타액에 포함된 화학 전달 물질 'sfRNA'를 특정했다. 이 sfRNA에는 인체가 감염병에 대비하는 면역계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fRNA는 지카열(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나 황열병 등 '곤충 매개 감염병'을 통해 이전부터 검출된 화학물질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sfRNA가 '세포외 소포(EVs·小胞)에 주입되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복제될 때 나타나는 화학적 전달이 방해를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불멸화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sfRNA가 실제로 바이러스 감염 수준을 높인다는 것을 실증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Pathogens

특히,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되는 뎅기열은 세계에서 매년 약 4억 명이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발열·두통·피부발진 등이 있으며 극소수이긴 하지만 내출혈이 생기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연구팀의 타니아 스트릴레츠(Tania Strilets) 박사는 "이 영리한 바이러스는 우리 면역 반응을 억제해 감염을 일으킨다. 뎅기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뎅기열과 그 감염 경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감염의 '첫 단계'에서 대처 가능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가르시아 블랑코 박사는 "감염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깊어지면 결국 효과적인 감염 방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발견은 다른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 감염증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