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홍콩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SMIC가 대만 TSMC와 삼성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매출 톱 3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의 대립 속에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반도체 산업의 독립을 위해 정부 주도의 빅펀드를 통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SMIC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SMIC, 글로벌파운드리·UMC 제치고 3위 올라
1분기 각사의 점유율을 보면 대만 TSMC가 62%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으로 점유율은 13%를 기록했다.
3위를 차지한 SMIC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 1년 새 19.7% 늘어난 17억 5천만 달러, 한화로 2조 4천억 원이 넘는다.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6%로 상승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Global Foundries)와 대만 UMC가 3위와 4위로 추이해 왔다.
하지만 1분기 SMIC가 두 회사를 제쳤고,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좁히고 있다. SMIC의 2분기 매출 점유율은 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추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MIC에 따르면 ▲CMOS 이미지 센서 ▲전원 관리 IC(집적 회로)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등 애플리케이션 수요 회복을 배경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 美 제재 맞선 中 반도체 굴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꾀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SMIC는 중요한 존재다.
중국 정부는 자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를 포함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투입해 왔다.
구체적으로 2015년 하이테크 산업 육성책 ‘중국제조 2025’를 공개하며 같은 해 1400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산업 육성 1차펀드를 발표했다. 이어 2019년 2000억 위안 규모의 2차펀드, 그리고 올해 5월 24일 3440억 위안의 3차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3차례에 걸쳐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 금액만 총 6840억 위안(128조 4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SMIC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고전해 왔다. 미국 매체 CNBC에 따르면 SMIC는 2020년 미국 정부가 지정한 첨단 반도체 기술의 수출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기업이 SMIC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라이선스를 취득할 필요가 있어 SMIC는 사실상 특정 미국산 기술의 입수가 제한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술로 제작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또는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나아가 다른 국가에도 중국에 대한 제한을 촉구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에 부응하는 형태로 수출 제한을 도입했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한다.
◆ 예상 넘는 중국 총력전에 당혹스런 미국
미국과 중국의 대립의 최대 피해자인 화웨이도 '애국' 이미지가 더해지며 중국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화웨이는 SMIC와 함께 중국 기술 굴기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Mate 60 Pro)를 출시했다. 이 제품에 SMIC의 7nm 반도체 프로세서가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았다.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7nm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 60 프로를 선보이자 중국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미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SMIC의 기술력은 TSMC나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에 비해 몇 세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SMIC가 미국 등에서 입수한 오래된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구형 장비를 비교적 고도의 반도체용으로 용도를 전환해 7nm 제조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 제재 속에서도 첨단 반도체를 제조해 선보인 SMIC의 능력은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SMIC의 점유율이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지만,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글로벌 반도체 소비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요 측면에서 안정적인 성장세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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