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트위터 시대'는 막을 내렸다. 머스크는 트위터 명칭을 X로 변경하고 파랑새 로고도 X로 대체하며 전면적인 리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X는 여전히 심각한 광고주 이탈로 위기를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X의 미국 광고 수입은 매달 전년 동월 대비 최소 55%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과 관련해 X가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부상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U의 소셜미디어 규제법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첫 번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떠나는 광고주와 ADL과의 대립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부터 주요 영업 임원을 해고하거나 일부 이용자의 계정 동결을 해제했다.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담당하는 주요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혐오 표현이나 가짜 뉴스, 포르노그래피 등 불법 콘텐츠가 증가하고, 온라인 도박이나 마리화나 관련 광고도 늘었다.
이 외에도 ▲신기능 도입 ▲기존 기능 폐지▲유료 모델화 등 오랜 사랑을 받아온 트위터 기본 방침이 속속 바뀌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비판적 여론과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기업들의 X 이탈로 이어진 것이다.
광고분석업체 가이드라인(Guideline)에 따르면 X의 2022년 12월 미국 광고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해 인수 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8월에도 광고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했다.
머스크는 지난 9월 X의 광고사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를 미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Anti-Defamation League)의 탓으로 돌린 바 있다. 8월 광고매출 급감의 원인이 ADL이 광고주들에게 X에 광고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미 CNBC에 의하면 ADL은 2022년 11월 실제로 광고주에 대해 X 광고를 중지하도록 호소했다. 올해 5월에는 "머스크 CEO의 인수 후 계정 복구로 인해 2023년 2월부터 2173개 계정에서 5000건 이상의 악의적 반유대적 글이 업로드됐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ADL이 '반유대주의자'라는 거짓 비난으로 플랫폼을 죽이려한다며 법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한편, ADL은 지난 10월 4일 성명에서 X에서의 광고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X가 지난 몇 주간 플랫폼 상에서 반유대주의나 증오에 대처할 뜻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면서도 "더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린다 야카리노 X CEO는 최근 개최된 테크 이벤트 '코드 콘퍼런스' 인터뷰에서 지난 12주간 1500개 기업 브랜드가 X로 돌아왔다며, 2024년 초 흑자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NBC유니버설(NBCU)의 광고책임자 출신인 그는 지난 6월 X의 새 CEO로 취임했다.
◆ 이·팔 분쟁 후 가짜 뉴스 범람…EU, 조사 착수
그러나 머스크 CEO는 또 다시 광고매출이 대폭 감소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 후 관련 거짓 정보가 X에 범람하면서 재점화된 비판 여론에 광고매출이 감소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X는 심리전에 사용되는 허위정보가 가장 많은 소셜미디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거짓 정보로 드러난 대표적 게시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병원 긴급 이송 ▲하마스의 이스라엘 헬리콥터 격추 ▲백악관의 이스라엘 지원금 승인 허위 문서 등이 있다.
머스크는 14일 "전쟁 중 광고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직접 언급했다. X 사용자가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는데도 지급액이 계속 내려간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 CEO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답글을 남긴 것이다.
X는 지난 7월부터 일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광고 수익 배분을 시작했다. 유료 계정에 가입하고, 지난 3개월 동안 월별 트윗 노출수가 500만회를 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X는 유럽연합(EU)의 SNS 규제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첫 제재 대상에 오를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EU는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허위정보와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규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지난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한 불법 콘텐츠 처리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X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티에리 브레통(Thierry Breton)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조사 시작 전인 지난 10일 머스크에 서신을 통해 "당신이 소유한 플랫폼이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를 전파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콘텐츠에 대한 성실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유통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야카리노 CEO는 "확인된 가짜 및 조작된 콘텐츠를 해결하고 있다. 수만 개의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라벨을 붙이는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적으로 EU 당국이 X가 DSA를 위반했다고 판단한다면 X는 연수익의 최대 6%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조치에 대해 "8월 DSA 시행 이후 EU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가한 가장 중대한 조치"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