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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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수 순환 시스템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페테르·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 이르면 2025년 붕괴될 가능성이 시사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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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수백미터 아래 중심층에서 발생하는 해수 순환은 바닷물 밀도를 결정하는 염분 농도와 온도로 생기기 때문에 열염순환(熱鹽循環, 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고 불린다. 해류에 의해 산소·영양소·탄소·열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세계 규모로 순환함으로써 지구 기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서양에서 가장 중요한 열염순환인 AMOC는 열대 따뜻한 바닷물을 북쪽으로, 북부의 차가운 바닷물을 남쪽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며, 멕시코 만류 등을 포함한 여러 해류로 이루어져 있다. AMOC는 구체적으로 염분 농도와 밀도가 높은 표층 해류를 북쪽으로 보내고, 그 해류가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열을 방출하는 동시에 냉각되어 아래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해류는 천천히 남쪽으로 돌아 남쪽 해역에서 따뜻해지고, 표층으로 올라와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순환을 하고 있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작성한 아래 이미지를 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표층 해류와 파란색으로 표시된 하층 해류가 지구 규모로 순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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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C는 빠르고 강한 상태(현재)와 느리고 약한 상태가 교대로 전환되며 붕괴 시점을 맞이한다. 마지막 붕괴 시점은 약 1만년 전에 끝난 빙하기이며, 이때 그린란드 부근 기후는 불과 10년 안에 섭씨 10~15도 상승했다. AMOC가 현재의 '빠르고 강한 상태'에서 '느리고 약한 상태'로 전환되면 유럽과 북미 기온은 10년 안에 5도 떨어질 수 있다.

최근 그린란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담수가 유입되고 있다. 이는 해수 밀도와 염분 농도에 영향을 미쳐 AMOC의 약화로 이어진다. 2021년에는 "AMOC 안정성이 최근 1세기 동안 거의 완전히 상실되면서 전환점이 머지않아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AMOC를 직접 관측한 자료는 2004년 이후 데이터만 존재해 장기적 관점에서 변동을 분석하기 어려웠다. 이에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1870년부터 측정하고 있는 북대서양 표면 해수 온도 데이터를 통계 모델에 입력해 AMOC 변동을 예측했다. 

그 결과, 현재 온실가스 배출 계획대로라면 AMOC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2025년~2095년 사이, 이르면 2025년에 붕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붕괴 시점은 2039~2070년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디틀레우센 박사는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에 "AMOC 붕괴가 임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은 "AMOC 붕괴가 현실화되면 인도·남미·서아프리카의 수십억 명 식량에 필요한 비에 악영향을 미쳐 세계적으로 비참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폭풍우가 증가하고 기온이 내려갈 것이며, 북미 동해안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남극 빙하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수온을 해류 속도 예측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결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가정과 미지의 변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헴 마로츠케(Jochem Marotzke) 독일 막스플랑크(MPI) 기상연구소 단장은 "수학적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처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물리적 기반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지리학 부교수인 데이비드 톤낼레이(David Thornalley)도 "이번 연구는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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