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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더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가 필요하다. 이에 생물이 가진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물을 이용한 탄소저장 방안으로 삼림이 주목받기 쉽지만, 새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인 '고래'의 탄소 저장 능력이 기후변화 대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 사우스이스트 대학(University of Alaska Southeast) 연구팀은 "대형 고래는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자 탄소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환경저널 '생태와 진화 트렌드(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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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향유고래·참고래·혹등고래 등 대형 고래의 수명은 수십 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고래를 거대한 탄소 덩어리로 간주하면 고래가 해양과 대기 간 탄소 순환 및 탄소 제거에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가령 대왕고래는 하루에 몸무게의 약 4%(약 3.6톤)에 달하는 주요 먹이인 광합성 플랑크톤과 크릴새우를 섭취하며, 이로 인해 생기는 배설물은 철이나 질소 등 영양소가 풍부해 다시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해수면 부근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저장하고, 이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크릴새우가 탄소를 더 축적하면 다시 펭귄·바다새·물범·물고기·고래와 같은 기타 동물로 영양과 탄소가 순환되는 방식이다. 

아래 이미지가 고래와 배설물, 플랑크톤, 크릴새우, 기타 동물로 이루어진 해양의 탄소 순환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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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구에서는 고래가 매일 많은 양의 크릴새우를 섭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래 서식 수가 많은 해역에서 크릴새우의 서식 밀도가 높게 나타났다. '크릴 역설'로 불리는 이 현상은 고래 배설물이 생태계 하층에 중요한 식량 공급원으로 기능해, 고래가 크릴새우를 다량으로 섭취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새우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크릴새우는 탄소를 깊은 바다로 이동시키는 역할도 한다. 

산업포경이 시작된 이후 대형 고래의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해양 탄소 순환 및 제거 역할도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과거 남극해에 서식했던 향유고래는 200만 톤에 달하는 탄소를 제거했지만, 현재는 그 양이 약 20만 톤까지 급감했다. 

대형 고래의 사체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해저에 사는 많은 동물의 먹이가 되는 데, 여기에서도 대규모 탄소 순환이 발생한다. 또 대형 고래의 상당수는 영양이 풍부한 먹이터와 영양이 부족한 번식지를 오가며 영양이 부족한 해역으로 영양을 운반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아래 이미지는 대형 고래들이 영양이 풍부한 먹이터(옅은 주황색 영역)와 영양이 적은 번식지(짙은 주황색 영역)를 오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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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고래가 지구상에서 가장 긴 이동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형 고래의 감소는 영양소 동태와 탄소 순환에 타격을 미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산업포경이 시작되기 이전의 대왕고래는 남반구에서 140킬로톤(kt)이나 되는 탄소를 옮겼지만, 현재 그 양은 0.51킬로톤에 불과하다. 

다행히 남대서양에서 혹등고래 개체군이 놀라울 정도로 회복되는 등 최근 일부 고래 보호 활동이 결실을 맺고 있다. 

연구팀은 고래를 탄소 흡수원으로 평가해 개체군을 보호하는 것은 바다에 천연비료를 뿌려 탄소 흡수량을 늘리거나 바다 깊숙이 탄소를 주입하는 지구공학적 솔루션보다 위험이 낮고 영속성이나 효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래 개체수의 회복이 해양 탄소 공급원을 장기적이고 자율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형 고래 및 기타 생물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축 역할은 개체수 증가를 위한 직접적인 보전·관리 개입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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