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제안 백신 '정상 경로' 아냐…정부 "도입 협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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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대구시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도입을 추진한 화이자 백신이 정품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글로벌 무역업체를 통해 3000만 명(6000만 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외국의 백신 공급·유통 쪽으로 공문도 보내고 협의도 하면서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진전을 시켰지만, 그다음 단계는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라는 내용을 직접 브리핑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해당 백신은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고 정상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입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대구 화이자 백신 제안, '백신 피싱'으로 추정 

대규모 화이자 백신을 무역상을 통해서 대구시가 도입한다는 계획은 불과 사흘만에 없었던 일이 되는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에 따르면 대구시에 접촉해 온 무역업체는 주소지와 전화번호 국가가 다르고 논란 이후 홈페이지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그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구시의 백신구매 제안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글을 올리며 해시태그로 ▲플로리다 주소 ▲포르투칼 전화 ▲홈페이지 수정 중 ▲백신사기 주의 등을 남겨 사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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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국민적 혼란을 부추겼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역시 사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손 반장은 3일 "무역회사가 대구시와 대구시 의료인 단체 쪽으로 제안했던 내용을 대구시가 전달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서 저희가 정부도 구하기 힘든 건데 일종의 외국 무역회사가 그걸 공급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좀 의심스러워서 화이자 본사에 확인을 요청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화이자 본사에서 통보를 받은 내용은 정품 요구에 대해서 화이자가 각국의 정부와 WHO(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관에만 공급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 제3의 단체로 수입·판매·유통을 승인한 바가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로선 공식 유통경로 해당하는 업체도 아니고 진위 여부도 불명료하고 화이자는 우리나라로 수입 판매 유통하도록 승인한 바 없다고 해서 이 문제는 백신 자체 신뢰성 문제 있다고 보고 실제 도입하는 절차는 추진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日언론, 사기 의혹 보도...권영진 대구시장 사과 촉구 청원도 등장

해외에서도 대구시의 무리수가 소개되면서 국가적 망신을 사고 있다. 일본 최대 한류 전문매체인 와우코리아는 대구시의 화이자 백신 관련 사기 의혹을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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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티즌들 역시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혼선을 자초한 대구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일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rai*****) 
화이자 백신은 일개 도시가 나설 안건이 아니다. 국가의 원수가 움직이고 미 대통령 허가를 얻어야 겨우 가능한 수준이다(cfr****) 
당연히 사기다.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에서 최고 지도자가 필사적으로 확보하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지방 자치단체와 기업이 확보할 수 있을 리 없다(ara*****)
사기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국가의 개입 없이 구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법으로 보인다.(cti*****)

해외까지 알려진 이번 사안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도 거세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더 이상 창피해서 대구에 살 수가 없어 청원을 남긴다"고 적었다. A씨는 "백신이 해외 직구 상품도 아니고, 보따리상 밀수품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홍보는 주도적으로 해 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 모습도 보이는데 대구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비판 여론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대구시가 추진했던 코로나19 백신 구매가 불법 거래로 파악된 데 대해 "대구시의 가짜 백신 해프닝은 세계를 놀라게 한 백신 피싱으로, 국격을 평가 절하시켰다"고 논평했다. 

◆ 화이자, 백신 구매 제안한 업체는 불법

한편, 한국화이자제약은 대구시가 도입을 추진한 코로나19 백신 구매가 불법으로 파악된다며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화이자는 3일 공식 성명을 통해 "화이자-바이오엔텍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를 국내 수입·판매·유통할 수 있는 권리는 화이자에만 있다"며 "화이자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공급되는 백신은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업체나 개인에 대해 가능한 법적 조치를 고려할 예정"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관련 국제 수사기관과도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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