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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후 회복한 사람도 백신 접종이 필요할까?"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니퍼 그리어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가 이 의문에 대한 견해를 호주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했다. 그는 "과거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 하더라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어 교수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지인으로부터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백신을 맞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이 지인은 백신 접종 자격이 있었지만,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으로 면역이 생겼는데 굳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의문이었던 것.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도 백신 접종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적응 면역반응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적응 면역반응은 과거에 감염된 병원체를 면역 체계가 기억해, 우리의 몸이 면역 기억을 통해 병원체와 다시 만났을 때 싸우도록 하는 반응이다. 

세균·바이러스에 결합해 감염을 막는 단백질 '항체'와 이미 항체가 결합된 세균·바이러스의 제거를 지시하는 'T세포' 등이 면역 기능에 깊게 관련되어 있다.

인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 체계는 이를 병원균으로 기억하고, 항체와 T세포가 재감염을 방지하는 면역을 획득한다. 앞선 연구에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의 91%는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6개월 후까지 항체가 지속돼 재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무증상인 사람은 증상이 있는 사람에 비해 항체의 양이 적은 경향이 있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얻을 수 있는 면역 역시 개인차가 존재한다. 

또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약 9%는 감염되어도 검출 가능한 양의 항체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와 7%는 감염 후 30일 이후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반응하는 T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강력한 면역을 획득하지 못하면 코로나19 재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번째 발병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고 그리어 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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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감염을 통한 면역은 개인차가 있지만 백신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은 강력하고 일관성이 높다. 미국 모더나 백신의 임상에 참가한 수십 명 대상 연구에서는 초기 투여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100%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얻게 되는 항체 수준이 코로나19 확진 후 회복한 사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 연구에서는 비록 코로나19 변종이 유입되어도 2회 백신 접종 후엔 감염의 90%를 차단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리어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연 면역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어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지인이 보낸 메시지에도 "백신은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그리어 교수가 지인에게 답장을 보낸 후 발표된 연구에서는 한 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면 백신만 접종받은 사람보다 6배 많은 항체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백신만으로도 충분한 면역을 획득할 수 있지만, 이미 감염된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면 더 강력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어 교수는 "자연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뢰성이 낮은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매우 강력하고 일관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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