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기억을 뇌에서 지울 수 있다?
원하지 않는 기억을 뇌에서 지울 수 있다?
  • 최율리아나 기자
  • 승인 2020.09.1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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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니체

사람은 누구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과 슬픈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기억만 사라진다면 삶이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이러한 기억은 사소한 순간 순간에 몇 번이나 뇌에서 재생되고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만든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이러한 고통에서 해방될 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2005년 개봉한 '이터널선샤인'은 이별 후 기억을 지운다는 공감되는 설정과 뛰어난 영상미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힌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이터널선샤인의 한장면(2005)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를 찾아간 조엘(짐 캐리)은 여자친구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의 추억을 지우려 한다. 이별을 선언한 여자친구에 대한 분노와 괴로움을 잊기 위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른바 '추억 도려내기'가 현실화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기술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는 경두개 자기자극술(TMS :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이라는 신경조절술을 이용한 방법으로, 기억의 정착을 방해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힘든 기억과 관련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 실증실험 단계...TMS로 전두전야 활동 방해

경두개 자기자극술(TMS)은 다른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연구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는 생체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방법으로, 코일인 자극기에 전류를 흘리면 자기장이 발생하는데 이 자기장이 뇌에 부딪히면서 전기장을 만들어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Shutterstock

연구팀은 TMS를 이용해 대뇌 전두전야(前頭前野)의 기억 재고정화를 방해하는데 성공했다. 신피질의 전두엽, 특히 전두전야는 인간 행동의 총사령부라고 할 수 있다. 뇌 과학에선 이를 '실행제어'라 부른다. 전두전야는 뇌 속에 복잡 다양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회로나 다른 부위들을 제어한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연구팀은 "TMS와 기억 재고정화를 결합한 실험적인 방법으로 전날 실험 참여자에게 심어 놓은 혐오기억(잊고 싶은 불쾌한 기억)을 수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는 100명 미만의 건강한 성인이 참여했다. 첫 날 부정적인 기억을 학습하도록 하고 다음날  TMS 치료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우선 몇 장의 사진과 불쾌한 자극과 연결해 혐오 기억을 심었다. 다음날 일부 실험 참여자에게 동일한 자극으로 혐오 기억을 떠올리게 한 직후, TMS를 이용해 전두전야 활동을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비교 대조를 위한 두 번째 실험 참여자 그룹은 혐오 기억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TMS 치료를 실시했다. 세 번째 그룹은 기억 재고정화에 관여하지 않는 뇌영역을 TMS로 자극했다.

연구팀은 "어떤 사건의 기억이 되살아난 순간은 극히 제한된 시간이지만, 해당 기억을 수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짧은 시간을 이용해 혐오기억의 재고정화를 방해하는 방법을 구사했다"고 언급했다. 

실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3일 후 참여자를 대상으로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켜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전두전야에 TMS 치료를 받은 그룹은 '불쾌한 자극에 정신 생리적 반응의 저하'가 확인됐다. 당시 일어난 일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당시와 같은 부정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 약물 대체의 가능성 

부정적 기억과 이어진 정신 생리학적 반응, 즉 아픈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우울증, 공황장애, PTSD 등과 같은 질병의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연구팀은 "혐오기억의 재고정화 과정을 담당하는 전두전야의 기능을 TMS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약물 투여로 얻은 효과를 이번 연구로 실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아직 실증 실험 단계이며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생체 손상 없이 뇌 프로세스를 조작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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