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신대륙 귀환 전 유골서 매독균 DNA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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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성병으로 알려진 매독(梅毒)은 15세기 유럽에서 확산되며 순식간에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매독의 원인인 매독균을 유럽에 처음 들여온 주범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스페인 탐험가 콜럼버스라는 것이 그간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당시 매독 감염자의 유골에서 검출된 DNA를 조사한 결과, 이 정설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이 논문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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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매독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유행한 시기는 1495년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던 프랑스 용병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매독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며, 무려 50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매독이 대유행하기 3년 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귀환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미국 원주민 사이에서는 매독이 크게 퍼져 있었으며, 원주민 유골에서 매독 증상인 뼈 병변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콜럼버스 탐험대가 아메리카에서 유럽에 매독 병원체를 들여왔다"는 설이 유력시되어 왔다. 

연구팀은 핀란드·에스토니아·네덜란드 유적에서 같은 시기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9구의 유골을 조사해, 매독균 DNA 포함 여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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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4개의 시료 샘플에서 매독을 유발하는 트레포네마 팔라듐(Treponema pallidum) 균의 DNA 회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해당 배열을 현대 매독균 DNA와 비교 분석해 균주(strain) 연대를 측정했다.

연구팀 일원으로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역사과학 연구소(MPI SHH) 고고학자인 요하네스 크라우제 박사는 "균은 극소량이고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분석 작업은 매우 까다로웠다. 5년 전이라면 분석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유골에서 채취된 매독균은 적도나 아열대 지역에만 발견되는 종류를 비롯해,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류 등 다양한 형태를 보였다. 

또한 유골에서 채취된 균주 일부는 14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시기가 거슬러 올라갔다. 연구팀은 "이는 콜럼버스 탐험대가 아메리카 대륙과 접촉하기 전에 유럽에 매독이 존재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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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제 박사는 "콜럼버스의 귀환 시점인 15세기 말 유골에서 채취된 균주가 이처럼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 매독균이 유럽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콜럼버스가 이처럼 다양한 매독균을 한 번에 몽땅 들여왔거나 그의 귀환 전부터 매독균이 유럽에 퍼지면서 다양성을 갖췄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미시시피 주립대학 생물고고학자인 몰리 주커맨 교수는 "균주의 연대 측정 정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콜럼버스가 주범이라는 설 자체가 완전히 부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팀 역시 연대 측정 정확도를 한층 높여 나갈 계획이다. 크라우제 박사는 "당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매독균 DNA 샘플수를 확대·분석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돌아오기 전에 존재했던 매독균을 특정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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