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과학자들의 연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 정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규명하면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것. 분노를 유도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성애, 미움이나 사랑, 욕망 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내분비학, 즉 호르몬 연구만큼 적절한 것이 없다.

저자는 기존에 출간된 호르몬 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건강에 초점을 맞춰 호르몬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호르몬이라는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 성별ㆍ기분ㆍ감정ㆍ키ㆍ수면까지 지배하는 우리 몸의 주인 ‘호르몬’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남성호르몬 수치로 성별을 판단해 여성 선수의 출전 자격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염색체를 통해 성별을 구분하던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엎은 이 결정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호르몬 수치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호르몬은 성별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걸까? 

‘크레이지 호르몬’은 호르몬이 성 분화(sex differentiation)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제시한다. 특히, 남성도 여성도 아닌 간성인(intersex)들의 삶을 들려줌으로써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호르몬은 우리 일상 어디에나 스며들어있다. 임신테스트기, 피임약, 성장호르몬 주사, 스테로이드 등은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호르몬에 대해 알고있는 사실은 거의 없다. 앞선 의약품들이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저자는 인간과 호르몬의 관계를 제대로 알 때 ‘우리가 과연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에 더해 호르몬의 발전을 통해 의학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야기는 호르몬이 알려지지 않았던 1883년의 사건에서 시작한다. 230킬로그램인 블랜치 그레이의 시체는 당시 의사들에게 탐나는 의학 재료였다. 당시 아무도 그레이가 왜 그렇게 뚱뚱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994년, 다시 비만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록펠러대학교의 제프리 프리드먼 교수는 지방세포에서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한다.

렙틴은 식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이에 결함이 생기면 끊임없이 허기를 느껴 비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약 100년만에, 비만에 관한 미스터리 하나가 풀린 것이다.

프리드먼 교수는 “우리는 ‘뭔가를 마음대로 조절하며 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을 품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사량을 줄이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행동의 밑바탕에는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을 충족하고자 하는 기본적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충동의 밑바탕에는 호르몬이 깔려있다. 

이 밖에 뇌하수체호르몬이 발견된 덕에 쿠싱증후군, 쿠싱병 등을 진단할 수 있었으며, 태반호르몬이 발견된 덕에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임신 진단 테스트법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100년 동안 호르몬을 통해 의학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물론 아직 호르몬이 가진 수수께끼는 완전히 벗겨지지 않았다. 많은 과학자들이 낙관하는 것처럼 호르몬이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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