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 2009년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영화 '남극의 쉐프'는 남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다루지만, 그 공간을 과장하지 않는다.영하 50도의 후지 기지에서 대원들의 하루를 유지하는 핵심은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조리 담당 니시무라 준이 매일 준비하는 한 끼다. 제한된 재료 속에서 만들어지는 스테이크, 라멘, 얼음 디저트 같은 음식은 대원들의 흐트러진 균형을 잡아주며 영화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쌓인다.후지 기지에서 생활하는 여덟 명의 대원은 성격과 배경이 모두 다르다. 고립된 환경은 사소한 긴장과 감정의 흔들림을 만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백희성의 장편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바라본 작품이다.건축가이자 예술가로 활동해 온 백희성은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되는 '폴 메이몽 상'을 받은 인물로, 실제 건축 현장과 예술적 경험을 동시에 쌓아온 작가다. 그는 파리의 여러 저택을 직접 찾아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기억의 조각들을 한 편의 소설로 다시 설계했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그렇게 태어난, 건축이 사람의 마음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이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한국 애니메이션계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 도착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5년 반의 제작 기간을 거친 장편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가 지난 10월 1일 관객과 만났다.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24)에서 장편 심사위원상, 음악상, 기술상 등 3관왕에 오르며 국내외 평단의 기대를 확인했다.영화는 서울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 온 소녀 '소리'의 작은 발견으로 시작된다. 외톨이처럼 앉은 책상 서랍에서 의문의 편지를 발견한 소리는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호기심을 느끼며
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강 밑을 지나는 하저 터널에 균열이 생겨 지하철이 수몰될 위험이 생길 수도 있을까?서울 내 11개 지하철 노선을 이용하는 인원은 하루 740만명(2024년 시 통계)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하철 수몰’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면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생소한 재난이다.2014년 개봉한 러시아 재난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Metro)’은 이러한 재난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모스크바의 아침, 터널에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한 정비사의 경고와 이를 무시한 역무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한때 영원할 것만 같던 기억도, 결국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연인의 기억을 지워주는 기술을 소재로 한다. 사랑의 상처를 잊기 위해 기억을 삭제하지만,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지워진 기억 속에서도 서로를 그리워한다. 영화는 기억이 사라져도 감정의 일부는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영화 속 기억 삭제 장면은 디지털 시대의 현실과 겹쳐진다. 현실에서는 기억을 지우는 대신, 우리가 남긴 디지털 기록이 기술 변화나 서비스 종료, 하드웨어 노후화 등으로 의도치 않게 사라진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히어로 영화의 전성기 속에서 관객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빌런일 때가 많다. 고결하고 정의로운 주인공보다, 때로는 잔혹하고 불안정한 악역에게서 더 큰 매혹을 느끼는 것이다.최근 대중문화는 영웅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악역을 전면에 조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선악 대립을 넘어 상처 입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이야기에서 관객이 더 깊은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악역이 중심에 선 서사는 공식을 깨면서도 현실과 닮아 있어 강한 몰입을 불러온다.◆ '조커'와 '다스 베이더',
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전례 없는 폭염이 계속되며, 북반구 전역이 극한 더위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단순히 ‘여름철만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난도질하는 영화가 있다. 2013년 개봉한 독일-스위스 합작 영화 '헬(Hell)'이다.‘헬’은 당시에는 상상 속의 재앙으로 치부되던 '대기 기온 10도 상승'이라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섬뜩한 경고를 던졌다.그리고 2025년 현재,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구의 대기 기온은 이 영화가 더 이상 단순한 SF 스릴러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경고'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만약 일본 열도가 정말로 가라앉는다면?"이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이를 가정한 다양한 과학적 시뮬레이션과 재난 시나리오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이 극단적 가정을 가장 인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 바로 ‘일본침몰(日本沈没, Nihon Chinbotsu)’ 시리즈다.1973년 원작 소설과 영화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2006년 리메이크 영화, 2020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그리고 2021년 TBS 드라마까지 세대를 넘어 재난의 공포를 다양한 시각으로 재구성해왔다.이 시리즈의 핵심은 해저 지
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장기이식을 받았는데 초능력이 생겨 버렸다.영화 ‘하이파이브’는 평범한 다섯 명의 인물이 장기이식을 통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한국형 슈퍼히어로 코미디다. ‘과속스캔들’, ‘써니’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서 유쾌한 상상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연출가로 잘 알려진 강형철 감독의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영화는 태권소녀 ‘완서(이재인 분)’,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 분)’, 프레시 매니저 ‘선녀(라미란 분)’, FM 작업반장 ‘약선(김희원)’ 그리고 힙스터 백수 ‘기동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AI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당시만 해도 이 설정은 기묘하고 먼 미래의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ChatGPT, Replika, Character.ai 같은 생성형 AI가 이미 일상 속 대화 상대가 되고 있다. 우리는 AI와의 관계를 단순한 상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그녀》는 자주 ‘예언자적 영화’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기술적 상상력이 아니다. SF의 외피를 두른 이 영화가 정작 보여주는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중심에는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이 놓여 있다. 과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 모음집이다.표제작은 상대성 이론 속 시간 차를 배경으로 가족을 기다리는 노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빠르게 이동하는 우주선보다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이 더 오래 흘러간다는 설정은 물리학적 사실이지만, 작가는 이를 관계의 거리감으로 치환해 정서적으로 풀어낸다.나는 여기에 있고, 너는 그곳에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어떨까.단순히 마블 히어로 ‘데드풀’을 떠올리며 ‘아프지 않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픔을 감지할 수 없기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매 순간이 ‘위기’일 수 있다.영화 '노보케인'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네이선 케인(잭 퀘이드)의 이야기를 청불 액션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다. 네이선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선천성 무통각증(CIPA)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선천성 무통각증을 앓고 있
|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나만 지키면 뭐하나요? 다들 제멋대로 쓰고 버리는데, 내가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살아봤자 남들이 볼 때 나만 바보 되는 것 아닌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내 탓이 아니야. 어쩌면 산업 발달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류 모두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직장인 김OO)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분명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오래전에 말이다. 어느 여 가수의 노랫말처럼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볼수록 아름다운 산과 들~’ 40년도 더 지난 세월의 그 노랫말처럼 ‘뚜렷한 사계절’은 이제
|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사실은 무료로 인공지능(AI) 강의를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사회는 이제 인공지능(AI)이 생활의 보편화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AI)을 쓰지 않으면 이게 이상해지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대단합니다. 책에서 표현하듯이 우리가 운동하는 것, 음식 만드는 것, 아이들의 과외 학습 등 인간의 모든 생활에 AI가 스며들다 보니 단순한 사용 개념을 넘어 일상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저자, 前 국회의원 김경진)현재 전 세계 IT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언제 그랬냐 싶게 찌는 듯했던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실려온다. 지난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현한 행복학자 서은국 교수편을 공감하며 시청했다. 서 교수는 "행복은 걱정이 없고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즐거움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어디서 즐거움을 느끼든 '자주 느껴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닌 빈도가 아닐까 싶다. 김신지 작가의 에세이 '제철 행복'은 작가의 유쾌한 일상 이야기 속에 소소한 행복을 느
"다음 세대에 물려줄 최후의 지식은 무엇인가?"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 지식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노벨물리학 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남긴 유명한 질문이다.※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1918년~1988년)미국의 물리학자로 평생 학문을 연구하며 물리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1965년 양자 전기역학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자유롭고 창조적
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2023년 한국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구한 슈퍼 히어로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약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웹툰 원작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다.‘무빙’은 원작 웹툰 작가 강풀이 직접 극본을 쓰고, 넷플릭스 ‘킹덤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형 히어로물’를 표방한 작품으로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김성균, 류승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수면 활동은 우리의 신체가 회복하는 시간으로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세계 인구의 10~30%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잘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습관성 불면 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불면증’이다. 잠이 개인의 내밀한 활동의 영역이듯, 불면증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불면 자체만으로도 매우 힘든 질환이다.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마시멜로, 2022)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영국 작가 마리나 벤저민이 집필한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제목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세계 각지의 산불 소식을 접하면서 할리우드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의 묵직한 여운이 떠올랐다. 2018년 개봉한 '온리 더 브레이브'는 산불에 투입되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 '핫샷(Hotshot)'을 중심으로 산불의 엄청난 스케일과 긴장감을 잘 표현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핫샷'이라는 용어는 산불 발생 초기 단계 방어선 구축에 투입되는 소방대를 칭한다.이 작품은 미국 애리조나 주 일대에서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사관학교형 의대 제도가 의사의 양질을 높이지 못하고 의료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복지제도의 목적을 상기하면 해결방안과 답이 보입니다.” (저자 윤인모 교수)미래플랫폼이 새로 출판한 서울성모병원 예방의학교실 윤인모 외래교수의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2’는 현재 한국 의료가 봉착한 문제들의 모든 원인을 고찰하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그림으로 쉽게 전달하고 있다.윤 교수는 자료를 통해 “한국의 의료문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