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포스터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포스터

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강 밑을 지나는 하저 터널에 균열이 생겨 지하철이 수몰될 위험이 생길 수도 있을까?

서울 내 11개 지하철 노선을 이용하는 인원은 하루 740만명(2024년 시 통계)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하철 수몰’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면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생소한 재난이다.

2014년 개봉한 러시아 재난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Metro)’은 이러한 재난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모스크바의 아침, 터널에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한 정비사의 경고와 이를 무시한 역무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될 재난을 경고한다.

이후 출근길 수많은 시민이 지하철에 몸을 싣는 장면과 출발하는 지하철을 보여준 뒤 터널 천장이 무너지면서 지상에 흐르던 모스크바 강물이 삽시간에 유입되며 승객들은 지하철에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화면 갈무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화면 갈무리

주인공인 의사 안드레이는 아내, 그리고 아내의 내연남인 사업가 코스티아와 함께 지하철 안에 갇히게 되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협력해 탈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재난 상황을 파악한 러시아 정부의 대처는 주인공의 탈출을 더 힘겹게 만든다. 추가 인명 피해와 강물 범람을 막기 위해 지하철의 모든 공식적인 탈출구를 봉쇄해 버린 것.

이 영화는 모스크바 지하철 터널에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의 재난 묘사와 더불어 극한 상황에서 충돌하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출근길 지하철에 균열이 생기고 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장면은 관객에게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메트로: 마지막 탈출’은 단순하게 특이한 설정의 재난 영화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울 수백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기술과 문명의 발전 속에서 우리가 망각하기 쉬운 도시 시설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화면 갈무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한강 하부를 지나는 하저 터널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은 이러한 재난에서 안전할까. 이 구간들은 수백만 톤의 강물 압력을 견뎌야 하는 구조적 특성상, 잠재적인 침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서울 지하철 5호선 등 하저 터널 건설 당시, 연약 지반 및 예상치 못한 단층대 발견으로 인해 붕괴 위험과 침수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있었다. 이는 치밀한 지질 조사와 시공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저 터널은 끊임없이 물의 압력을 받기 때문에, 터널 벽체(세그먼트) 이음부의 수밀성이 약해지면 미세한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구조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지하철의 침수 위협 가능성은 하저 터널 자체보다 저지대에 위치한 지하철 역사와 출입구, 환기구를 통한 빗물 역류 및 유입이 더 크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는 이 위험을 매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 지하철 운영 기관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최첨단 방재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침수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화면 갈무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 화면 갈무리

하저 터널 한강 하부 통과 구간 (5호선, 분당선 등)에는 터널 양 끝단에 수십 톤 규모의 초대형 방수문이 설치돼 있다. 해당 방수문은 터널 내 설치된 수위검출기(센서)가 수위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닫혀 강물의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

이와 함께 TBM(터널 보링 머신) 공법을 사용해 시공하고, 세그먼트 이음부에 고수압을 견디는 특수 방수재를 적용해 수밀성을 최대화하고 있다.

일반 역사와 저지대에 위치한 역사들은 침수 우려가 높은 역사 출입구에 자동/이동식 물막이판 및 차수벽을 설치하여 지상 빗물 유입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역 내부와 터널에 대형 배수 펌프 및 집수정을 설치하고, 침수 시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무정전 설비(UPS)를 의무화해 배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전 구간 통합 관제 시스템 (SCADA)을 통해 강우량, 터널 수위, 펌프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하는 등 선제 대응을 위한 경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지하철은 첨단 방재 시스템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 시대의 변수를 예측하고 지속적인 시설 점검과 투자만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진정한 '탈출구'가 될 것임을 정부와 시설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