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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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야생 침팬지들이 자연 발효된 과일을 통해 매일 '맥주 한 잔'에 해당하는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인간의 알코올 선호가 단순한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진화적 배경을 지닐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주목된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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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 하루 약 14g의 에탄올, 과일 섭취로 누적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박사과정 연구원 알렉세이 마로(Aleksey Maro)와 생물학자 로버트 더들리(Robert Dudley) 교수 등 연구팀은 우간다와 코트디부아르의 장기 연구지에서 수집한 침팬지 먹이 표본을 분석해 에탄올 함량과 일일 섭취량을 추정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먹는 약 20종의 숙성 과일을 채취해 에탄올 농도를 분석했다. 개별 과일의 평균 에탄올 농도는 약 0.3% 수준으로 낮았지만, 침팬지가 하루 동안 섭취하는 과일의 양이 많아 총 에탄올 섭취량은 약 14g으로 추정됐다. 이를 알코올 도수 5%의 맥주로 환산하면 약 280ml, 즉 한 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마로 연구원은 "측정 결과와 행동 관찰을 종합했을 때, 침팬지의 하루 평균 에탄올 섭취량은 인간 기준으로 '맥주 한 잔'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체격 차이를 감안하면 인간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높은 상대적 음주량이 될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이 알코올이 대부분 음식과 함께 희석된 상태로 섭취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상적인 저농도 노출이라는 특성상 생리적 영향을 단순한 '음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술 취한 원숭이 가설', 실증 근거로 힘 얻나

이번 결과는 더들리 교수가 제안한 '술 취한 원숭이 가설(drunken monkey hypothesis)'을 뒷받침한다. 이 가설은 인류 조상이 숙성된 발효 과일을 섭취하면서 알코올을 감지하고 대사하는 능력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더들리 교수는 본 연구의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해당 가설에 실증적 근거를 보강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제기하는 새로운 질문에도 주목하고 있다. 침팬지들이 의도적으로 알코올이 포함된 과일을 선택하는지, 또 만성적 저농도 에탄올 노출이 행동·생리·사회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향후 이러한 행동적·생리적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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