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협력'과 '경계' 사이 복합적 시선 교차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HK 영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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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또다시 중대 갈림길에 들어섰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개선의 흐름을 탔던 양국 관계가 정권 교체라는 변수 앞에서 다시 방향을 모색하게 된 셈이다. 일본 언론은 특히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정책 기조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는 분위기다.

◆ '실용 외교' 기대 속 과거 발언의 그림자

일본 주요 매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대통령이 일본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언급한 데 주목하며,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대선 기간 내내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만큼, 과거의 강경 노선에서 한 발 물러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NHK 역시 그의 한미일 협력 강조 발언과 경제 안보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히 반도체·첨단기술 공급망 안정화 등 공동 현안에서의 실질적 협력 가능성을 짚으며,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 복원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HK 영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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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에 양국이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정상 간 조속한 대화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은 이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나 역사 인식에 대해 과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과거 발언과 향후 외교 정책 간의 간극이 실제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반일적 입장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수정할지가 향후 관계의 관건"이라며, 기존 기조 유지 시 한일 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 '말'보다 '실천'…양국 모두의 시험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실용 협력'과 '관망'이 교차하는 복합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수사적 발언보다 실제 정책 변화와 외교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양국 외교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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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이 기대하는 것은 선언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이다. 하지만 복잡한 과거사와 역사적 감정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떠맡을 수는 없다. 정부는 실용 외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과거사에 대한 국민 감정과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 채 관계 개선만을 앞세우긴 어렵다.

실질적 협력이 가능한 분야도 분명히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양국 모두 공동 이익이 분명한 만큼 협력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역사 현안에 대해선 일본의 성의 있는 변화 없이 의미 있는 진전이 쉽지 않다는 것이 국내 여론의 일반적 인식이다.

정부로서도 외교 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하되, 역사적 정당성과 국민 정서를 놓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동시에 일본 측의 태도 변화 없이는 실질적 진전도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한일 관계의 향방은 이재명 정부가 실용 외교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일본이 이에 얼마나 성의 있게 호응하느냐에 달렸다. 올해가 양국 외교 복원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기회를 흘려보낼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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