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축화, 중동 아닌 아프리카 기원설에 무게
이집트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퍼진 고양이의 여정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류의 오랜 동반자인 고양이가 사실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늦게, 그리고 다른 곳에서 가축화되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와 이탈리아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 등 연구팀은 두 편의 연구를 통해 고양이 가축화가 고대 이집트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유럽으로의 전파는 예상보다 훨씬 늦게 이루어졌음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3월 프리프린트 서버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되었으며,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 야생 고양이의 흔적: 유전자 분석의 반전
이번 연구를 포함한 두 가지 최신 연구는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약 1만 년 전 농업이 시작된 중동 레반트 지역에서 곡물 창고를 노리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가 처음으로 인간과 가까워졌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이자 첫 번째 연구의 주 저자인 마르코 데 마르티노(Marco De Martino)는 "아나톨리아와 동남 유럽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고양이들의 핵 게놈을 성공적으로 재구성한 결과, 이들은 유럽 야생 고양이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고양이들은 음식, 가죽, 또는 의례용으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현대 집고양이들이 튀니지의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와 유전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고양이 가축화가 아프리카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조나단 로소스(Jonathan Losos)는 "인간과 고양이의 연관성에 대한 첫 번째 증거는 약 1만 년 전 키프로스에서 나왔다"고 언급하며, 초기 관계의 복잡성을 시사했다.
◆ 고대 이집트와 고양이의 유입
새로운 연구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고양이의 존재를 장려했으며, 기원전 1천년기에는 이미 이집트에서 고양이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여신 바스테트(Bastet) 숭배의 일부로 여길 만큼 신성하게 여겼다.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고양이 미라 등은 고양이가 당시 문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보여준다.
데 마르티노는 "현존하는 광범위한 도해학적 증거를 고려할 때, 이집트가 집고양이의 발상지로서 가장 좋은 후보로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집트의 고대 또는 현대 고양이로부터의 유전체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큰 의문점이며, 이것이 추가되면 유전적 지지가 다시 '이집트 기원설'로 기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교역로를 통해 북쪽으로 이동하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지배기 동안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이처럼 고양이가 단순히 쥐를 잡는 동물을 넘어, 인간의 삶과 문화 깊숙이 들어오게 된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