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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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호주의 상징 동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코알라가 하루 평균 10분 남짓 지상에서 이동하지만, 전체 사망의 약 66%가 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은 코알라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간이었다.

이번 연구는 퀸즐랜드대학교 박사과정의 가브리엘라 스파크스(Gabriella Sparks)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2025년 7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SEB(Experimental Biology Society)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 지상 이동은 하루 1%, 사망 원인은 66%

연구팀은 나무가 잘린 서식지에서 야생 코알라 10마리에 GPS와 6축 가속도 센서가 장착된 특수 목걸이를 부착해 행동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GPS는 일반적으로 5분 간격으로 위치를 기록하고, 코알라가 지상에 있을 때는 5초 단위로 더욱 촘촘히 추적했다. 가속도 센서를 통해 걷기, 멈춤, 앉기, 나무 오르기 등 세부 행동을 구분함으로써, 지상과 수목 생활의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코알라는 하루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내며, 지상에 내려오는 횟수는 하루 평균 2~3회에 불과했다. 지상에 머무는 시간도 평균 10분 남짓으로, 전체 하루 시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 시간 동안 코알라는 대부분 천천히 걷거나 멈춰 있었고, 빠르게 움직이거나 점프한 경우는 전체 지상 시간의 약 7%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런 움직임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위험을 피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짧은 지상 활동 시간이 생존에는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했다. 전체 사망 원인의 약 66%가 지상에서 발생했으며, 주요 사인은 차량 충돌과 개의 공격이었다. 나무 위 생활에 최적화된 코알라에게 지상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환경임이 드러난 셈이다.

◆ 단절된 서식지, 코알라를 위험으로 내몰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도시 확장과 삼림 파괴로 인해 서식지가 단절되면서 코알라가 지상에 내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존 위협이 커지고 있다. 나무에서 나무로 직접 이동하기 어려워지자, 코알라는 어쩔 수 없이 땅을 지나가야 하는 빈도가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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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로 인근이나 농경지 주변에 서식하는 개체일수록 지상 체류 시간이 더 길고, 위험도 더 높았다. 이는 인간 활동이 코알라의 행동 패턴뿐 아니라 생존률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파크스 연구팀은 현재 코알라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서식지 구조를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정 수종의 조합, 수관의 연결성 유지, 도로를 가로지르지 않도록 설계된 생태통로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환경 조성이 코알라 생존률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시드니대학교의 동물학자 매슈 크로우저(Matthew Crowther) 교수는 "단순한 행동 분석을 넘어, 서식지 복원과 관리에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결과"라고 평가하며, "코알라가 굳이 지상으로 내려올 필요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보존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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